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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biny May 17. 2020

더 가까이

상하이편-2018.10.28

그를 알아가는 일은  이렇게 재미있을까? 이번 주는 그와 같이   밖에 없다. 우리는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와 ‘비포 선라이즈 봤다. 이미 몇십 번도  봤지만 그와 같이  것은  다른 느낌이다.
역시나 좋고 떨렸다.
그가  영화를 좋아한다. 좋아할  알았다.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은 내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일지 간접적으로 아니 직접적인가, 알려줄  있는  같다.  혼자 감정을 간직했던 소중한 영화에게 그와 함께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비포 선라이즈’ 앨범을 틀어놓은 채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다 둘 다 음향실에서의 씬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그러다 그가 “ 우리가 그 장면을 완성해 보지 않을래?”라고 해서 이게 뭔 소리인가 한참이나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뽀뽀하자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한 것이었다. 당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수줍은 사이여서 만나서 반갑다고 바로 뽀뽀뽀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서로에게 긴장감이 흐르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재밌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당황해진 나와 그 오글거리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느라 부끄러워진 리온 씨... 겨우 촛불 하나 켠 그의 방에서 어색하고도 로맨틱한 시간이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당시 그의 기숙사에는 하얀 메인 조명이 있었는데 그는  하얀 조명이 싫다고 그동안 촛불 하나를 켜고 살았다. 나는 답답한 나머지 타오바오에서 노란 빛깔이 나는 예쁜 램프를 주문해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우리가 공유하는  번째 아이템이 생겼다.


우리는  램프가 펼쳐주는 새로운 세상에 취해 한동안 기쁨에 젖었다. 새로운 빛과 천장에 드리워진 램프의 무늬에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한  같았다.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좋아졌던  같다.  빛은 이제 상하이에서의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빛이 되었다.


램프와 분홍 아기 돌고래
램프가 그린 천장 무늬

그에게 근교로 여행을 떠나자고 하였다. 애초에 혼자 떠날 생각이었지만 리온이는 내가 여행에 대해서 물어봐주길 기다렸다며 기뻐했다. 나는  그가 기뻐해서 기뻤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그를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가 주는데 자기는 나를 데려와 침대에서 장난만 치는  같다며 민망해했다.

별로 의미 없는 장난이지만 그게 서로를 따뜻하게  준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은 마치  하나의 우주가 생긴  같다. 그와 내가 공유하는  하나의 우주는 우리의 관계가 더욱 단단해질수록 견고해지고 특별해진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알고 싶다며 내 주위의 사람을 알려달라고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내가 조금의 마음의 변화가 있더라도 예민하게 눈치챈다. 그리고 괜찮냐고 묻는다. 사실 그럴 때마다 괜찮지 않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내가 왜 괜찮지 않은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천천히 서로를 서로에게 맞춰가고 있다. 서로에게 모난 부분들을 부딪쳐 깎아내며. 내가 먼저 앞서 나가거나 그가 너무 앞서 나가게 하지 말도록 서로를 맞춰가고 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며 문득 내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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