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가 브런치에서 살아남기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 한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브런치 초기에는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셀렘으로 가득 찼다. 글을 다듬고 사진을 고르고 여러 피드백을 받는 그 모든 과정을 즐겼고 내 일상의 활력이 되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 브런치는 나에게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다. 브런치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좌절감이 느껴졌다. 마치 일주일에 한 번씩 해야 할 업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똑같은 프로세스인데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달라졌다. 더 이상 설레지 않게 되었다.
나는 원래 누가 보던 안 보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미래를 꿈꾸고 지난날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간의 글이 쌓이고 나의 지난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업로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결과를 하나도 얻지 못한 것 같아서 글을 업로드할 모든 동기를 잃게 되었다. 애초에 내가 업로드하는 글의 성격이 독자들이 크게 관심 가질만한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하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어야 동기 부여를 받고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결국 결과에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어느새 나에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슬슬 이번 주에 글을 업로드할 시점이 다가왔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지만 나와 한 약속이니까, 그럼 가장 중요한 약속이니까 해야 할 일이고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계속 미루고 싶어졌다.
오늘 이런 답답한 마음을 남자 친구한테 토로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서 모든 동기 부여를 잃었어. 이제는 포기하고 싶어. 무엇가를 하던 그에 따른 성과가 보여야 하잖아,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아니야, 문제는 네가 인내심이 부족한 거야.
생각해봐 다른 사람들의 예를 봐도 초기에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어. 내가 아는 유튜버는 100개의 창작물을 업로드해도 관심을 못 받은 사람이 있어. 그래도 인내심 있게 업로드하는 와중에 그중 어느 영상이 크게 조명을 받게 되고 그 이후에는 미친 듯이 구독자가 오르잖아.
너는 지금 겨우 한 달했어. 한. 달”
그가 내 상황에 위로를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뼈 때리는 말을 날렸다. 그래, 인내심. 인내심이 없다는 것은 나의 취약점이다. 나는 항상 인내심이 없었다. 끈질기게 무언가를 하는 것을 정말 못한다. 나는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그것에 흥미로워하고 사랑에 빠지지만 싫증나 버리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그래서 여러 일을 벌여놓고 끝맺음을 못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ENFP의 특징이기도 하고 나의 이런 점을 좋아했다.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로워하니 사는 것이 즐거웠다. 싫증 나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면 되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나는 ENFP이니까 괜찮아~ 나는 이래도 돼 라고 정말 정말 하기 싫다. 이것은 그냥 매번의 실패에 대한 변명이고 아무런 반성도 없고 계속 이렇게 살면 영원히 무엇을 하든 죽도 밥도 안 되는 결과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글을 업로드하는 것에 대한 동기를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껏 운동을 십 년간 계속 해왔지만 전혀 결과를 바라보고 운동하지 않았어. 나는 그냥 그 과정을 사랑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거든.”
동기를 밖으로부터 찾는 것이 아닌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대한 동기를 밖에서 찾으려고 하면 끝끝내 만족을 채울 수 없을 것이고 절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나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내가 그 일을 사랑해야 한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여전히 사랑한다. 하지만 브런치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사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관심받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그동안 동기를 밖에서 찾으려니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니까 그냥 그 과정을 사랑하니까 이것만 보고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브런치 말고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브런치는 내 안에서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이것"은 반대의 상황이다. 살면서 하기 정말 싫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나는 졸업을 하기 위해 "이것"을 해야만 한다. 나는 "이것"이 내 미래에 그 어떤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것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 흥미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나 같은 성향에게는 굉장히 고역이다. 그동안 했던 다른 공부들은 하기 싫어도 나를 위해 하는 공부니까 견딜 수 있었는데 이건 정말 그 어떤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내 상황을 들은 남자친구의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했다.
"I think she will never get any motivation from it, but if she think rationally then she knows she has to finish it."
그렇다, 나는 내가 하는 것에서 그 어떤 동기 부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하기 싫으니까 하기 싫어라고 징징 거리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이성적으로 내 상황을 인지하고 힘들어도 인내심 있게 그 일을 끝마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성향이 있고 그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우니까 나의 단점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하지만 단점을 인지하고도 내버려 둔다면 성장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 자리에 안주하는 것. 그 또한 내가 정말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단점을 이겨낼 수밖에 없다.
끈질기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