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거의 인생에 있어서 손에 꼽을 정도의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의 혈관이 터지고 불면증을 3개월간 겪었을 정도이다. 지금은 많이 정리가 돼서 불면증도 어느 정도 나아 하루 5시간 정도 잘 수 있게 되었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안정이 됐다. 그리고 그 순간에 있었을 때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더라.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러한 고통을 받아야 하나. 나 그렇게 대단한 거 원하지 않는데. 그냥 달팽이처럼 "우왕 상추 맛있당" 하면서 단순하게 사는 인간인데.
군대처럼 도망가면 범죄자가 되는 환경도 아닌데 그냥 책임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정리해두자고. 그래서 아마 계속해서 이 글을 업데이트하게 될 것 같다. 나 스스로도 가끔씩 이 글들과 마주하며 위안을 얻기 위해.
※ 여기에서 좋아하는 사람은 이성뿐만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 등, 어떤 내면적인 라포가 일적인 것 외에 플러스로 쌓여 있는 모든 사람들을 총칭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혹은 옆에 앉아 밥을 먹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맛있게 먹어준다.
친했던 동료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친다.
인터넷에서 안 찾아보고 막 들어간 식당이 의외로 맛있다.
아무 일정 없는 휴일 밝은 시간에 무책임한 낮잠을 잔다.
그냥 분위기가 끌려서 봤던 작품(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모든 종류)이 재밌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내 취향이었는데 어떻게든 제목을 알아내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다.
동료나 친구가 추천해준 노래가 딱 내 취향이라 100번 넘게 듣게 된다.
까먹고 있었던 즐겨보던 시리즈의 후속작 소식이 들린다. 그게 또 재밌다.
근손실 없이 체지방만 빠진다.
살 빠졌다, 피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만든 것들(만화, 오픈소스, 서비스)이 좋은 피드백을 받고 인정받고 많이 쓰인다.
내 농담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웃어준다.
그냥 날씨가 좋다.
전혀 다른 두 책, 혹은 두 출처에서 나온 비슷한 개념을 발견해서 더 똑똑해진 느낌이 든다.
게임이 재밌다.
어쩌면 허황된 주제(예: 3000억 있으면 뭐하실 거예요?)에 대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토론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지만 우연히 그 사람이 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운동할 때 중량을 올린다.
산 정상에서 풍경을 본다.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문화에 적응해간다. 그리고 또 우연히 그 나라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
습식사우나에 갔는데 너무 뜨겁지 않고 딱 내 온도에 맞다.
목욕탕에 갔다가 바나나우유를 먹는다.
천국의 계단 99분을 채운다.
날씨와 공기 좋은 날 길바닥 벤치에 누워서 낮잠을 잔다.
우연히 이름 모를 새를 마주친다.
처음 본 고양이나 강아지가 친한 척을 한다.
좋아하는 이성과 길을 걷는다. 그리고 주변을 아무리 봐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예뻐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웃을 만한 황당한 일이 생긴다. 한 예로 길 가다 부딪힌 할아버지가 "야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하고 역정낸 적이 있는데 너무 황당해서 웃겼다.
친한 친구들이 아빠가 된다.
피곤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는데 머리가 찌르르 울리며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대접했는데 그 사람도 너무 좋아한다.
수익과 무관한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만든다.
내가 불행했던 순간들은 일부러라도 적지 않으려 한다. 왜냐면 고통은 사실 겪을 수록 무뎌지기 마련이고, 이미 극복해냈는데 굳이 보면서 또 되새김질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아무튼 이 글은 발행하고 끝나는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