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
생각만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그 끝엔 '이래서 안 되겠지', '보나 마나 안 되겠네'로 이어지곤 한다. 그래도 다행히 책을 좋아해서 많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으며 이 '게으른 완벽주의'를 이겨내 보고자 노력을 하게 되지만, 꾸준히 끌고 나갈 힘이 부족함을 느낀다.
최근 다시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정말 우연찮게 시작되었는데, 그 한 번의 우연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결국 가만히 서있는 것보다 어떻게 될지 몰라도 한 발 내딛는 것이 중요했던 것일까.
개리 비숍은 그의 저서 '시작의 기술'에서 '생각이 아닌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라고 했다. 100번 맞는 말이다. 주야장천 생각만 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존 크림볼츠와 라이언 바비노가 공동으로 펴낸 '빠르게 실패하기'에서는 실패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작게라도 시도를 해봐야 개선할 점을 알게 되고, 그것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성공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일단 해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존 스트레레키의 '세상 끝의 카페'에 나오는 등장인물 앤의 사연도 그 결을 같이한다. 일에 파묻혀 살며 그에 대한 자기 보상으로 물건을 사모으는 것에만 열을 올렸던 앤은 쇼핑의 결과로 월급과 맞먹는 청구서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그 청구서를 처리하기 위해 일에 매진하는 삶이 반복되자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몰랐던 앤은 그냥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로 한다. 독서, 운동, 명상 등 자신이 했을 때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들을 찾아내기까지 숱한 것들을 시도했고, 어느 정도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들이 찾아지면 조금씩 그것들에 집중을 하고 그것들에 임하는 시간을 늘려갔다. 자신이 뭘 해야 행복할지 몰라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여전히 일, 쇼핑, 청구서, 일의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한동안 양자역학에 빠졌을 때 알게 된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미국 물리학자가 있다.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고, 미국에서는 미국이 낳은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 꼽힌다. 그런 그가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했다. 자신은 평범하다고. 기적은 없다고. IQ 125의 평범한 지능(물론 일반인 평균 IQ는 100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인만의 IQ가 멘사 회원들처럼 아주 뛰어난 편에 속하는 것도 아니기에)을 가지고 그저 열심히 공부했을 뿐이라고.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그의 업적은 세상에 없을 뻔했다. 노력파 파인만이 강조했던 세 가지는 이것들이다.
열심히 공부할 것 (Study Hard)
인내심을 가질 것 (Be Patient)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것 (Step by Step)
그가 말한 것처럼 기적은 없다. 하나씩 모여서 큰 것을 이루게 될 뿐. 그간의 실패와 노력을 보지 못한 사람 눈에만 기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시간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주어져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것이라는 양자역학적 이야기와는 별개로..) 그 시간을 얼마나 사용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제 그만 게으르자. 한 발만 내딛자. 그럼 그다음 한 발은 알아서 따라올 테니. 그럼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저만치 가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