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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전공의 May 10. 2024

40. 어쩌다 어른 1, 2

지식의 향연

어쩌다 어른 1, 2


"어쩌다 어른"은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나, 지식인이 강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시간에 방송을 보진 않았지만, 재방송이나 유튜브 추천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항상 챙겨보곤 했다. 2015년도부터 시작한 방송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영상 대신 책으로 발간된 것을 서점에서 발견하곤 1,2권을 바로 구매했다. 말로 전달한 강연을 글로 옮긴 책이라 글은 빠르게 읽혔다.




인문학은 타인의 지혜를 훔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역사를 통해, 철학을 통해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우리의 지혜도 차곡차곡 쌓입니다. 즉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입니다.
<조승연>


평소 어떤 류의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자기 계발서와 인문학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문학이 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다. 조승연 작가는 인문학을 '타인의 지혜를 훔치는 방법'이라 표현했다. 소설이나 수필, 철학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타인의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인문학을 접할수록 경험이 풍부해지고, 지식과 표현력이 풍부해진다. 책을 읽는 사람과의 대화가 더 깊고 재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생각이라도 풍부하고 더 전달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평소 소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인간사를 체험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대신 느껴볼 수 있다느 측면에서 문학을 더 가까이해보아야겠다.



너와 나, 우리가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이것은 신들의 영역이니 함부로 궁금해하지 말아라.
바빌로니아 점쟁이들의 점술판은 아예 쳐다보지 말아라.
미래도, 과거처럼 어깨 위에 지고 가는 것이 차라리 좋다.
주피터가 우리에게 많은 겨울을 보도록 허용할지.
아니면 티렌 해의 파도가 해변의 바위를 때리며 힘을 낭비하는 이번 추위가 우리의 마지막 겨울이 될지 알려하지 말아라.
그냥 와인을 줄이고, 현명하게 살아라. 인생은 짧은데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로 이 순간에도 질투 많은 시간은 새어 나가고 있으니,
오늘을 꽉 움켜잡고, 내일은 아주 조금만 믿어라.
<송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가>의 일부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하거나,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운세를 궁금해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잘 풀릴 것이란 희망을 품기 위해 운세를 찾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이라도 애매모호한 답을 들은 경우엔 온 신경이 곤두섰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떠올리며 전전긍긍하기보다 통제가능한 현실을 조절해야 했다. 성공에 80%가 운이 관여한다고는 하지만, 운에 믿고 맡기려면 나머지 20%은 순전히 본인이 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겨울이 언제 올지 살피기보다 지금의 날씨와 계절을 즐겨야 했다.



우리가 대우받고 사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고 대우를 받는 사람들은 모두 그들만의 특별함을 가졌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가 많음에도 제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제학을 강의할 수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수많은 경제학자 중에서 한국에 산다는 지리적 특징과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언어적 특징이라는 저만의 희소성 덕분입니다.
<한순구>


이전 어느 유튜버의 방송에서 본인이 한 해를 되돌아보며 평가하는 항목이 떠올랐다. 그중 한 가지가 '대체불가성'이다. '나는 작년보다 올해 더 대체 불가한 인물이 되었는가?' 대체 불가성을 쌓기 위해선 본인의 전문성을 더 키우거나, 새로운 분야를 배워 본인의 분야와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어갈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훈 선생은 '칼의 노래'를 쓰면서 첫 구절을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로 할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할지 고민하다가 '꽃이 피었다'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조사 '은'과 '이'가 주는 미묘하지만 엄청난 차이는 한 글자만으로도 문장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사나 어미도 사용하는 것만 고수합니다. 사전을 검색해 더 맞는 단어를 골라서 쓰는 작은 수고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글이 탄생합니다.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작가인 강원국 님의 말들은 구구 절절 가슴 깊이 박혔다. 글을 쓰면 쓸수록 조사의 사용이 어렵고 미묘했다. 조사의 변화로 문장의 느낌이 달라지고, 문단의 어조가 달라지는 경험을 번번이 경험했다. 퇴고를 거듭할수록 수정할 표현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수많은 유의어 중에 한 단어, 또는 조사의 선택으로 문장의 느낌이 달라지고, 전달력이 달라진다. 글뿐만 아니라 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말은 그 사람 자체가 될 때도 있다.



내가 쓰는 글로 독자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오로지 나만 생각한, 무게중심이 나에게 있는 글은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처럼 보이려면 오히려 중언부언 문장이 길어집니다. 이는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독자가 모르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아니면 웃기게 만들어야겠다 등 독자를 위한 진정성과 감동을 담아 쓴 글은 독자가 먼저 알아봅니다. 무엇을 쓰고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글쓰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강원국>


지금까지 어떤 글을 써왔는지 되돌아보았다. 단순히 내 감정을 풀어내기 위한 소회를 밝히는 글이 많았다. 가끔 정보전달 포스팅을 제외하곤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를 생각하기보단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왔다. 그보다는 어떤 도움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여야 했다. 이번 글은 도서 추천 및 어쩌다 어른 강연의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하기 위함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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