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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전공의 May 16. 2022

1. 시골의사 박경철 'W를 찾아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고, 개인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시골 의사의 행복한 동행'이란 책으로 처음 박경철 저자를 접했다. 군대에서 읽을 당시 감정 아직 생생하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진료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과, 등장인물의 감정에 여러 번 울기도 했다. 환자들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는 저자의 모습에 미래의 내 삶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의과 대학 지원 동기란에 박경철 저자를 언급했고, 어쩌다 보니 똑같은 외과를 전공하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인물이 박경철 저자이다. 선배 의사로서의 모습도 존경하지만, 그보다 먼저 삶을 살아간 사람으로서 본받고 싶은 점들이 많다. 14년 전 공교롭게도 모교인 아주대에서 강의했던 'W를 찾아서'는 이러한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해주었다.


유튜브를 통해 시청한 'W를 찾아서'는 '왜 14년이 지난 이제야 봤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 명강의였다. 1초도 강의 내용을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부자가 되는 방법, 투자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변화하는 시대와, 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그에 편승하는 나머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과 안목에 대한 강의였다. 강의는 1990년대 인터넷이 처음 시작되고 E-mail이 탄생하게 된 일화에서 시작한다.



'서울로 찾아가 들은 강의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W의 시대가 올 것이다. W 안으로 은행도 증권사도 들어오고, 이걸로 핵무기도 만들고 전쟁도 할 것이다." 나는 과대망상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들었던 백수인 친구는 W를 믿었다. 그리고 친구는 www로 시작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최초의 대한민국 상용화 메일 서비스를 만들었다. W를 믿은 백수는 지금 수조 원의 자산가치를 지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일화에서 박경철이 괴로워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박경철은 '똑같은 강의를 듣고 왜 본인은 W를 믿지 못했고, 왜 백수인 친구는 W를 믿고 변화의 시대를 이끌었는가'란 물음에 괴로워했다.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 똑같은 시간을 들여 같은 강의를 들었지만 어디서 그 차이가 오는지 궁금했다. 박경철은 제러미 리프킨의 책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0.1%의 창의적 인간과 그것을 알아보고 협력하고 함께 문명을 건설한 0.9%의 안목 있는 인간, 즉 1%의 인간이 문명을 이끌었고 나머지 99%의 인간을 잉여인간으로 규정했다.'


0.1%의 창의적 인간은 W를 강의한 연사였고, 0.9%는 백수인 친구였으며, 나머지 99%가 본인이었던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표현한 잉여 인간은 organic material로 단순 유기체다. 먹고 배설하고 자는 잉여 인간인 것이다. 모두가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자기가 맡은 일 외에 시선을 둘 줄 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또 발전시키며, 가능성을 항상 열어둔다. 반면 잉여 인간은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바뀌어진 세상에 항상 적응해야 한다.



'10년마다 W가 찾아왔다. 핸리 포드의 자동차가 W 였고, 모토로라의 무전 시스템이 W였다. 반도체와 인터넷 모두 W였고, W가 올 때마다 0.1%의 창의적인 인간, 0.9%의 안목 있는 인간, 99%의 잉여 인간 사이클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W를 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W를 알아보고 왜 99%가 아닌 1%의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는 철학적인 물음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세상을 바꾸는 것이 돈이 되니까 란 대답은 아니다. 돈과 명예는 변화의 발자취를 걷다 보면 남게 되는 부수물들이어야 한다. 그보다는 주어진 삶을 더욱 온전히 살아가기 위함이다. 변화를 이끄는 1%의 삶은 나머지 99%의 삶에 기여한다. 변화된 세상에 만족하는 99%와 타인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바꾸며 만족하는 1%의 삶은 같지 않다. 똑같이 주어진 삶이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쓰고 받아들이며 본인의 삶을 fullest 하는 것이 1%의 삶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W를 알아보는 안목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오감과 육감을 모두 깨워야 한다. 온몸의 감각이 시퍼렇게 살아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느끼고 생략과 절제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99개의 껍데기에서 1개의 알맹이를 찾아낼 수 있는 통찰을 키우게 된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예술과 문화, 사회,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 것이 여러분들을 사유하게 하고, 생각을 모아 통섭하게 만든다. 그래야 다른 사람보다 앞설 수 있다. 여러분들이 전공을 열심히 하는 것은 모두가 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앞서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통찰이다.'


흔히들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통찰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기를 수 있는 것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통찰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체가 자기를 둘러싼 내적·외적 전체 구조를 새로운 시점에서 파악하는 일"을 의미한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새로운 시점'이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같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시점을 얻는 힘이 통찰력이다. 사물과 사람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해결방안이 떠오르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과거에는 직렬구조였지만 지금은 병렬구조여야 한다. 그물코처럼 이어진 병렬구조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네트워크상에 서서 몸을 낮추고 같은 레벨에서 서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왜''왜''왜'가 뭉쳐서 거대한 창의성이 된다.'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왜'를 던질 수 있기 위해선 병렬 구조의 지식을 섭렵해야 한다. 하나의 전문적인 분야가 해결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 이외에도 관심을 가질 줄 알아야 하며 넓은 시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박경철은 이런 시야를 언급할 때 Bird view라고 칭하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넓은 시야로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끈끈한 물음들이 합쳐져 통찰력이 길러지고 관점이 확장된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했듯 온몸의 감각이 시퍼렇게 살아있어야 한다. 자기애를 가지고 자신의 감각과 사소한 능력들을 사랑할 때 세상의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 지나칠 수도 있는 자극을 알아차리고 깨어있을 때 창의력과 통찰력은 고개를 들 수 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고, 여러분의 창의성을 어떤 식으로 키워나가느냐에 따라 시대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잉여인간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렸다.'


강의의 마지막 멘트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라는 말에 전율 아닌 전율이 흘렀다. 우주는 아직 밝혀진 것이 많이 없다.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본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본인의 통찰을 키워나간다면 시대의 주인은, 이 세상주인은 본인이 될 수 있다. 내가 가진 '나'라는 우주를 어떻게 탐구할 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온전히 즐길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W'는 무엇일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안겨준 강의였다.


https://youtu.be/WCNeAWsLuLk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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