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취미를 가진다는 건

취향 기록 02.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by gyuniq


첫눈과 동시에 들었던 ‘사울 레이터 사진전’ 소식. 첫눈을 더욱 특별하게 해줄 것만 같았다. 그런기대도 잠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잊혀진 전시.


전시가 한 달 정도 남았을 즈음, 나는 사진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기에 취미 그 이상의 것이 되어있었고, 많은 생각을 요구했다.


그러던 중 필연이 우연을 가장해 다가오기라도 한 듯, 갑자기 생긴 ‘사울 레이터’ 전시 티켓. 가지 못할 이유가 백만 가지가 있었어도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의 전시에선 포커스가 안 맞거나 흔들린 사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사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그런 사진들은 실수 혹은 실패라 생각했다.


의도하지 않았기에, 미숙해 보이기에 등의 이유로 버린 사진들. 하지만 그의 전시에선 분명 울림이 있는 사진들이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도, 대상이 희미해도 계속 눈길이 갔다.


이처럼 불완전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완전하다는 것조차 틀린 말일 수 있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불완전함을 드러낸 그가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의 선택을 따라가는 ‘경로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매번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하니까, 익숙하니까, 새로운 발견을 미루곤 한다.


그래서 여행이 인기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니까. 하지만 사울 레이터는 말했다. “신비로운 일들은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진다. 늘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익숙한 일상을 뒤집어 볼 순 없을까. 그 안에서 신비로움을 찾아볼 순 없을까. (이런 대목에선 브레송이 떠오르기도 한다)

경험해보지도 못한 그 시절의 뉴욕을 보면서 여러 감정을 느꼈다. 마치 사진이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마냥.하지만 신발을 찍은 사진의 제목이 ‘신발’이듯 그는 시선이 머물렀던 대상을 담아냈을 뿐이다.


그의 ‘나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가 있을 뿐’이란 말처럼 어떤 의도를 전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기에. 내가 느낀 감정들은 사진의 주제도 아닌, 오롯이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마치 의미 없는 꿈을 열심히 해몽이라도 하듯 말이다. 특별함이 뭐길래 이러나 싶다. (그렇다고 작품의 자유로운 해석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절대 아니다. 굉장히 좋아한다)

우리가 인스타를 하는 이유가 어쩌면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내 사진들이 좀 더 특별했으면, 그걸로 인정을 받았으면 해서. 오히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추상적인 고민들로 복잡했던 것 같다.


이제야 조금은 해답이 보이는 듯하다. 태어나기도 전에 활동한 뉴욕의 작가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정말. 타인의 인정을 구하지 않아도 좋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그냥 꾸준히 내가 보는 세상을 담담하게 기록하면 된다. 나만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분명 있으니까.


아무튼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취미가 있다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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