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00원에요.
"언제까지 나태함 속에 자신을 던져둘 수는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죠. 그리고 행동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다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망설였습니다. 겁쟁이처럼, 스스로가 내린 결정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선택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죠.
침대를 버렸습니다. 버리겠다고 마음먹은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을 거예요. 그동안 저는 바닥에서 생활했습니다.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을요.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바닥은 따뜻했고, 침대 위에선 차가운 공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바닥을 선택했어요. 추운 겨울 내내, 복에 겨울 정도로 따뜻하게 보일러를 가동했거든요. 더 좋은 컨디션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아침마다 뜨거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몸은 수육처럼 오동통 부어있었고, 덕분에 새벽 기상이란 꿈과 같은 이야기였죠. 예전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순간의 희열'을 얻기 위해 게으름을 택하더라고요. 맞습니다. 저는 그저 게으른 사람이었을 뿐이죠.
그래서 침대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게을러지는 자신이 보기 싫었거든요. 아침마다 10분만 아니, 30분만 더를 외치며 으름장을 놓는 스스로가 너무 추해 보였고, '앞으로의 미래는 겨우 이 정도의 삶이겠구나' 하는 자괴감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꽤 성공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버리기로 했습니다. 마침, 침대의 한쪽 면도 살포시 주저앉은 상황이었거든요. 저는 꽤 몸집이 큰 편이라 어딘가 모서리 부분에 쾅- 하고 몸을 맡기면, 그 대상이 쉽게 부서지기도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침대의 가장자리 부분이 살포시 주저앉았더라고요. 자주 거기에 앉아 책을 보곤 했는데 말이죠.
침대를 버리겠다고 결심을 한 뒤로, 2주 동안은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곳을 비우면, 어떤 것을 채워야 하나.."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꽤 오랜 기간을 함께한 침대를 어떻게 버려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침대를 버리려면, 그 과정이 꽤나 귀찮더라고요. 구청에 들어가서 침대 배출 서류를 작성하고 페이를 하고, 정해진 기일 안으로 침대를 버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끝내, 저는 침대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으름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정말 웃긴 게 침대를 해체하겠다고 쿠팡에서 전동드릴까지 구매했는데, 막상 침대를 버리려고 그 앞에 서니, 손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저기에 누우면, 참 편한데.. 저기서 책 보면 참 재밌었는데... 가끔 몸져누우면 피로도 날아가고 참 좋은데.."라는 생각이 머리 위로 둥둥 떠다녔습니다. 맞아요, 게으름이 불러온 생각들이죠.
에라, 모르겠다.
과감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의 게으름은 없다면서요.
고작 몇 년 살지도 않은 남자애가, 어머니가 있는 집을 떠나 홀로 서울에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지내면서 무슨 양반 생활을 하겠다고. 지금 편안하고 쉬운 곳에 누워있을게 아니라, 불편하고 고생스럽더라도 자신을 조금 더 부지런히 성장하게 만들어줄 곳에서 눕자면서 말이죠. 그래서 침대를 버렸어요.
침대를 버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게으릅니다.
여전히 늦잠을 자고, 실수를 거듭해요.
하지만, 침대가 없는 그 자리를 보며 그리고 그 바닥 위에 이불을 깔고 누울 때면 다짐합니다.
"내일은 좀 더 부지런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