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캉말캉한 일상
얼마 전 시댁근처로 이사왔다. 아이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혼자 키우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필요하다. 산후조리는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도와주셨다. 예전집과 가까운 직장에 다녔던 신랑에게도 늘 의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남들 어린이집 보낼 때 혹여라도 아프거나 어린아기에게 병 같은 것을 옮길까봐 첫째아이를 보내는 것을 미뤄왔었다. 내년에는 4살되는 아이를 늦게나마 보내려고 한다. 다행히 국공립 어린이집에 합격해서 열심히 비타민들을 먹이는 중이다.
시댁근처에 우리집 말고 작은형님댁도 가깝다. 바로 옆집은 아니지만 걸어서 10분 혹은 차로 10분 걸리는 거리에 산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아군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이집저집 다니기도 힘들고 크리스마스도 모르는 아이들과 짧고도 긴 휴가를 집안에서 알콩달콩하게 보내고 있었다.
성탄절 늦은 오후 둘째를 젖먹이며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남편소리가 들렸고 금방 나가시는 시어머님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와 함께 자다가 깨다 반복하다가 일어났다. 거실로 나갔더니 신랑이 시부모님께서 아귀찜을 주고 가셨다고 했다. 첫째 임신때도 시아버님 단골집에가서 아귀지리를 사주셨었다. 아귀지리를 먹으면서 아귀찜을 흘깃흘깃 쳐다보는게 신기하셨나보다.
어릴 적 부모님깨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9살때 '키커'라는 초콜릿 한상자 받은게 마지막이었다. 신랑과도 3년 연애하면서 받은 선물은 있어도 크리스마스때에는 뭐 받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빨간 아귀찜인데도 불구하고 별로 맵지도 않고 통통한 아귀살들을 어느때보다 맛있게 먹었다. "어머님 넘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자를 보냈더니 "시아버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에 무뚝뚝하신 아버님의 격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아파트에서 예전집보다 작지만 옹기종기 가까이에서 사는게 기쁘셨나보다. 마흔 앞두고 생각치도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잊지 못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