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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기 Sep 14. 2019

일본 매미 연구기

Prologue

이 시국에? 일본을?
왜 우리가 굳이 일본의 매미도 알아야 하나?

작년 대마도에서의 매미를 연구한 후 이어서 2019년에 일본에서 매미 연구를 하게 되었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아마도 일본과의 관계는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일본 보이콧, 불매 운동,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일본에 연구하러 가는 것이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렇게 썩 좋은 마음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이 일본에 많은 극우 세력들은 정치, 경제뿐 아니라 과학계에도 있다. 항상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서 정치와 경제 쪽에 극우 세력들이 과학계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체감하기로는 과학계는 그나마 극우 세력들이 적은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생물 종과 일본에 사는 생물 종이 같은 경우 어떻게 서든 아종이나 다른 종으로 나누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대마도 삵이다. 대마도에 서식하는 삵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일부 일본 학자들은 대마도에 사는 삵은 한국과 다른 아종이라 한다. 그래서 '야마 네코'가 아닌 '쓰시마 야마 네코'라고 불린다.


독도 강치를 예를 들어보자. 과거 일본의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했을 당시에 독도의 강치들을 무분별하게 포획하여 멸종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는 미화하여 일본 내에서 독도 강치에 대한 동화책도 내고 불법 포획했던 일들을 말하며 독도를 자기 내 땅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역사뿐만 아니라 생물 종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생물 종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학자들이 일본에 몇몇 있다. 역사도 바꾸려 하고 심지어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주장해도 비상식적으로 바꾸려 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에 있는 유명한 매미 학자는 한국의 세모배매미와 오키나와 풀매미가 같다고 주장하고 그러나 이 학자는 한국에 매미를 표본이나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 본 적도 없다. 그러나 그는 학계에서 권위자다. 그렇기에 알게 모르게 잘못된 주장을 펼쳐도 우리나라에는 반박할 수 있는 학자가 많지 않다.


일본은 과거에 수많은 표본들을 수집하였고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채집한 오래된 표본들을 잘 보관하고 있고 연구에도 많이 쓰인다. 이 점은 슬프기도 하지만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그 많은 표본을 수집할 능력도 보관할 능력도 연구할 능력도 안 되었다. 그렇기에 그나마 과거 표본을 일본을 통하여 볼 수 있고 연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슬픈 점은 굳이 이곳에서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할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자연사박물관 하나 없는 나라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있으니 괜찮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자연사박물관과 국립생물자원관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생물자원관은 생물들의 표본들을 보관하고 연구하는 곳이지만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의 역사 즉,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 동물학, 식물학, 인류학 등의 표본, 자료들을 보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특히 국립자연사박물관은 그 나라에 자연사를 보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생물 종들을 연구할 때 해외 생물 종들의 표본도 필요로 한다. 특히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등에 서식하는 생물들과 형태와 유전자가 비슷하여 매 년 논란이 되는 논문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과 과학 연구에 증진을 위해 각 나라별 자연사박물관들을 교류하며 표본을 교환하기도 하고 공동 연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을뿐더러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에 서식하는 생물 종 표본들이 다른 이웃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없다. 기초 과학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매년 있지만 나아지는 점은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현재 이 시국에 쓰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을 하진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시국이기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되었다. 이화여대 행동생태 실험실에 있으면서 한국의 매미 연구를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매미들과 비교하며 과거 우리나라에 오동정 된 매미들을 실제로 보고 또 논란이 되는 매미들에 대해 재정립하기 위하여 일본에 약 3주 간 있으면서 매미 연구를 해왔다. 앞으로 논란이 된 매미들은 무엇이며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기록한 일본에서의 매미 연구기를 소개하고 논란이 되는 점들 그리고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동정 했던 매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Special Thanks

대마도 매미 연구 때부터 지원해주시고 도움 주신 동아사이언스, C program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보스이자 연구를 지원해주신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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