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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기 Feb 05. 2020

출국 전 준비

해외에서 연구하시는 또는 하셨던 모든 분들께 존경을

해외 연구하는 수많은 우리나라 사람들,
친구들,
형들,
누나들
그리고
외국에서 공부하셨던 내 보스 그리고 실험실 빅보스.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아간다.

해외에서 연구하는 것은 여러 제약이 따르며 그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나고야 의정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운이 좋게도 21살 때부터 이 의정서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생물다양성 협약 또한 알고 있었다. 21살 때 대학 동기인 지호 덕분에 환경부에서 대외활동을 할 수 있었고 활동하던 중 내 열정에 마음에 드셨는지 '에코맘코리아' 대표님 덕분에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고야 의정서는 무엇인지 확실하게 배워가는 자리가 되었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유전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먼저 알려야 하며 그 국가에 승인을 받아야 하고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은 서로 합의된 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협약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지구 상에 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협약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다른 나라에 가서 연구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여러 허가서와 동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에 연구자들은 이러한 점 때문에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나 이러한 점을 알고 있었기에 사전에 교토대학교와 오사카 시립 자연사박물관과 연락을 취하였다. 


교토대학교에 계신 Hideharu Numata 교수님과 Sota 교수님 그리고 오사카 시립 자연사박물관에 계신 Shinyake 학예사님께서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작년 대마도에서 연구한 글을 보시고 연락 주신 Takanori Kojima 씨께서도 출국 전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2019년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이가 정말 안 좋아졌다. 그러나 일 년 전부터 이 연구를 위해 준비해왔고 일본 교수님들께서 채집 허가서와 연구 지역 선정 등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불매 운동이 한창일 때고 다들 일본 여행은 쉬쉬하던 시기였기에 주변 실험실 사람들과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지만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도 일본으로 매미를 연구하러 가고 싶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매미에 대해 더 많이 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매미와 우리나라 매미를 비교하자니 표본이 거의 없다. 그러나 보니 직접 일본에 직접 가야만 했다. 


과거 조복성 박사님께서는 우리나라에 깽깽매미, 좀깽깽매미, 산깽깽매미, 저녁매미 등이 오동정 되어 기록하셨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12종 만이 산다고 기록되었다. 오동정 된 것을 안 것은 좋지만 위에 있는 매미들의 표본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생물들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생물들의 표본들도 부족하고 또 가까운 나라에 있는 생물들의 표본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연구 범위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좁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화여대에서 인도네시아의 긴팔원숭이도 연구하고 서울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하늘소를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매미도 마찬가지이다. 이영준 박사님 이후에 약 20년간 거의 아무도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매미를 연구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연구자는 다시 처음부터 일본도 가보고 중국도 가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분류학 쪽에서는 신종에 대한 논문이나 종에 대한 정정 논문을 경쟁하듯이 낸다. 국가의 생물다양성은 국익과도 관련이 있고 국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실 정확히는 나도 이게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따금씩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 사는 고유종들을 자신들의 나라에 있는 종들과 같다고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민 매미와 참매미이다. 일본에서는 Hayashi 박사님께서 최근에 민민 매미와 참매미는 같은 종이라고 발표하셨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계통 분석도 아쉬운 점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참매미에 대한 샘플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의 제외했다고 무방할 정도이다. 대마도에 갔을 당시만 해도 민민 매미와 참매미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 본토에 서식하는 민민 매미들의 사진을 보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참매미와 외형적으로도 달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 가 계신 이영준 박사님께서 참매미와 민민 매미가 다르다는 논문을 내셨다. 물론 이영준 박사님의 논문도 아쉬운 점이 있다. 중국 쪽 샘플을 확보하지 못한 점과 소리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서 다시 논문으로 발표하고자 일본으로 향해야 했다. 중요한 건 돈이었다. 연구비를 신청했으나 가기 전날까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약 200만 원가량을 교수님으로부터 빌리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연구비가 가지고 장난치는 교수님들이 뉴스에 많이 나온다. 그 덕분에 처리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연구비를 쓰는 것도 더 까다로워졌다. 그래서 정당하게 신청을 해도 해당 날짜에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우리 실험실의 교수님 통장은 매 년 우리가 연구를 위해 빌린 돈에 대한 마이너스가 있다.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생활할 곳도 정하고 어디서 채집할지 그리고 식비, 혹시 모를 비상 여비 등을 리더가 되어해 보았다. 직접 해보니 Amael에게 크게 감사했다. 중국으로 연구하러 갈 때 자신을 제외한 2명의 몫까지 계산해서 갔다. 물론 나는 나를 제외하고 한 명만 생각하면 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다쳐도 문제지만 동행자에 안전까지도 생각해야 했기에 머리가 아팠다. 여차여차해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기타큐슈를 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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