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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기 Jan 30. 2021

내리자마자 산 정상까지

기타큐슈에서 매미 찾기

그 누구도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도

인천공항에서 놀다가 결국엔 찜질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새벽 비행기였기에 그냥 밤을 새우고 출발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비행기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동행한 지만이 말로는 앉자마자 잠들어서 놀랬다고 한다. 날 불렀는데 미동도 하지 않아서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바로 잠들어서 놀랬다고 했다. 어디에서나 잠을 잘 잔다. 야외 생물학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맨바닥에서도 잘 잔다. 분명 눈을 감았을 때는 비행기가 출발도 안 했는데 일어나니 기타큐슈 공항이었다. 올 때부터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우리들을 사람들이 좋은 시선으로 보진 않았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일본에 대해 반일 감정이 격화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일본 여행 가는 것을 전부 취소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여행 가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안 좋게 쳐다보았다.


우리라고 다를까 안 좋게 본 것은 똑같았다. 우리는 연구를 하러 가는 것인데 그 누구도 우리가 일본에 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그렇다 해서 그들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가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왜 가는지도 알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실험실에서도 일본으로 연구하러 가는 것을 굳이 알리지 말라고 하였다. 그만큼 우리가 연구하러 가는 것을 비밀리에 그리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가야만 했다. 일본에 도착했지만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들에게도 시선은 좋지 않았다. 짐을 검사하고 통과할 때, 나는 영어로 말해서 별다른 조치 없이 통과했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지만이만 유독 짐 검사를 철저하게 했다. 기타큐슈 공항 직원들이 영어를 잘못하여서 영어를 못하고 일본어가 안 되는 한국인들만 유독 짐 검사를 철저하게 했다. 이러한 것도 일종의 차별이었다. 전에는 이런 차별을 받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진 탓인 것 같았다.


기타큐슈에서는 일정상 길어야 3일 정도 있을 수 있었기에 호텔에 짐을 맡기고 Komoji산으로 향했다. 근처에 공원 있기에 둘러보았지만 역사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민민매미는 없었다. 거의 40도까지 되는 날씨였기에 참매미와 비슷한 생태를 가진 민민매미가 탁 트여서 온도가 다른 곳보다 더 높은 공원에 서식하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2019. 08. 13. 일본. 기타큐슈. 코모지산 위치 지도 by 구글 지도, 코모 지산 아래

나와 지만이는 한 번도 오지 않았기에 산을 둘러보며 지도를 찾았다. 우리는 아마 계곡 같은 시원한 곳에 있지 않을까 해서 지도에서 계곡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우리에 위치 근처에서의 계곡은 지도에 나오지 않았다. 일단은 정상으로 가서 계곡이 있을만한 곳으로 내려가 보자 했다. 코모지산은 3개의 큰 봉우리가 있었는데 우리는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까지 올라갔다.


올라오는 길에 일본어를 읽을 수는 없지만 살모사를 조심하라는 이야기인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매미도 연구하지만 양서파충류도 연구하기 때문에 살모사를 피하기보다는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만나지는 못했다.

2019. 08. 13. 일본. 코모지산. 살모사를 조심하라는 안내판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에 올라와도 한눈에 기타큐슈의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계곡이 어딘지 몰랐다. 정상에서 나지막하게 민민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매미를 찾아다닌 감으로 앞장섰다. 무엇보다 모이 야마 박사님께 민민 매미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일본에 민민 매미를 채집할 일정을 세운 다음 일본에 온 것이지만 기타큐슈 지역 정보는 받을 수가 없었다. 경험을 살려서 온 것이었다.

2020. 08. 13. 일본. 코모지산 두 번째 봉우리에서 민민 매미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고 있다.

역시나 마른 계곡이 있었다. 무더운 더위 탓에 계곡이 말라버렸지만 다른 곳보다 시원했고 무엇보다 민민매미가 있었다. 민민매미가 서식하는 곳에 도착하였는데 밤샘 후에 같이 온 지만이는 이미 탈진해서 앉아버렸다. 연구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샘플들을 채집하지 못했으나 우리는 너무 지쳤기에 하산하였다. 일본에는 약 한 달 정도 있었는데 우리는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매번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 못하였다.


처음 본 민민매미는 우리나라 참매미와 매우 흡사했지만 달랐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참매미는 배면 하얗지만 민민매미의 배면은 까맣게 되어 있었다. 소리도 유사하지만 달랐다. 

2020. 08. 13. 일본. 코모지산. 민민매미 
2020. 08. 13. 일본. 코모지산. 민민매미 수컷 배면이 까맣다.
2020. 08. 13. 일본. 코모 지산. 민민매미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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