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 앞에 용감히 맞썼다.
지난 12월 27일 개봉한 <1987>이라는 영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이 영화는 모두들 알고 있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을
불법 체포하여 고문하다가 사망까지 이르게 한
유명한 사건이 모티브 된 영화이다.
모티브? 아니, 거의 사실을 재연하여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얼마 전인 여름에
<택시운전사>를 보고 많은 생각에 빠졌었고
느끼는 점도 굉장히 많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영화를
보러 간다는 기분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느낌이 강하게 있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택시운전사는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라면
1987은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많이 부각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택시운전사를 먼저 보고
1987이라는 영화를 보니 더 잘 와 닿았던 것 같다.
아직 상영 중인 영화이고
1명의 관객이라도 더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기에 줄거리를 제외한 영화에 대한 스포가 될만한 내용은 최대한 적지 않으려 한다
해명을 하던지
아니면 '더 큰 거짓'을 만들던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어?"
경찰 조사를 받던 대학생을 고문에 의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뒤 쇼크사로 위장하여
발표한 뒤 화장까지 서둘러 진행하려 한다.
사실을 숨기고 계획대로 진행하기까지에
‘어쩔 수 없이’ 관련된 사람들의
갈등이 분명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끌려
동참하여 은폐하고 만다.
더 큰 거짓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들어가 버리는 셈이다.
'한 사람의 목숨의 가치를 우리와는
얼마나 다르게 생각을 하는 걸까'
말할 수 없고, 행할 수 없던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분명 다 알았을 것이다.
가족이기에 다 알았을 테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을 것이다.
힘이 없었고, 달라질 게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누군가가 해주길 바랬을 수도 있다.
그에게는 또 지켜야 할 남은 가족이 있었고
또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을까'
무모함 앞에 용감히 맞썼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
남들과 같은 길을 따라가려 하지 않은 교도관,
친구의 죽음에 대한 사실과 같은 반복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랬던 대학생들,
그런 학생들을 지켜보며 묵묵히 응원해준
많은 '어른'들.
행동은 조금씩 달랐지만 마음만은 같았을 것이다.
그에 동참하지 못하고 모른 척했던
이들의 마음을 난 조금은 이해한다.
감정은 앞서지만 현실은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동참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못했던 것일 테니..
'나라면 어땠을까?'
'얼마나 더 반복되어야 멈춰질까'
절대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음을.
"사천만이 단결했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故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뒤 시민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故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아니 실질적으로는 '그'가 쏜
최루탄을 뒤통수에 맞고 쓰러졌다.
그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27일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더 많은 시민들,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게 되었고, 시위가 지속되자
결국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게 된다.
'얼마나 달라질까 했던 내 생각이 초라해질 만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영화에 대한 후기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사건에 집중해서
쓰다 보니 또다시 그때의 기분이나 감정이
되살아난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어질 수도 있던 독재를
그 시절의 용감했던 이들이 멈춘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난 후
오랜 시간 동안 강한 울림과
먹먹함, 또 그 들에 대한 숭고함이
이어졌던 영화였다.
우리는 공부를 위해 역사를 알기 이전에
그들의 수고나 용기, 또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하고 되새겨야 한다.
어쩌면 무모했고, 용감했던 그 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