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시선
토스의 두 번째 책인 '더 머니북'을 실물로 처음 본 건 뜻밖에도 지인의 집이었다. 나처럼 브랜딩이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는 것도, 그렇다고 금융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자기가 금융을 너무 모르니 남편이 공부하라고 선물로 줬다고 했다. 시중에 얼마나 많은 금융서가 있는데, 금융 초보 와이프에게 토스의 책을 선물로 줬을까? ‘더 머니북’이 궁금해졌다.
세상에 하나뿐인 '토스'스러운 금융 가이드
'토스가 또 토스했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책은 토스스러웠다. 사용자 경험(UX)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라 그런지, 책 한 권에도 경험을 담으려 했다는 게 느껴졌다. 선물을 받은 듯한 종이박스 패키지와 박스의 칼선을 뜯으면 티징처럼 노출되는 책의 슬로건, 영수증 목차, 원하는 페이지로 바로 펼칠 수 있게 만든 노출 제본 등 언박싱을 하는 순간부터 즐거웠다. 그간 책에 '언박싱'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었나? 그렇다. 더 머니북은 책보다는 제품에 가까웠다.
구성 또한 유저친화적이었다. '더 머니북'을 이루고 있는 100개의 질문은 실제로 토스 유저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많이 물어봤던 질문에서 엄선했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이 디자인만큼 더 머니북의 차별화 요소를 만든 포인트라 생각했다. 금융이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야 할까. 많은 논의가 오갔을 것 같다. 토스팀은 그에 대한 답을 토스의 유저에게서 찾았다. 작년 12월 기준 토스의 MAU는 1,900만. 전 국민의 1/3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자주 나온 질문들은 토스만이 가진 유일한 자산이다. 1,900만의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한 질문이라면 금융생활을 위해 필요한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지식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금융 초보들이 진짜로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책, 더 머니북은 '금융생활 안내서'에 충실한 책이었다.
그런데 왜 '책'이었을까?
다수의 브랜드가 책 출간을 꿈꾼다. 그러나 쉽사리 만들지 못한다. 시간, 인력, 돈 모두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가 있다고 책이 완판 되냐 그것도 아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든다. 책 출간은 분명 리스크가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럼에도'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브랜드가 책을 내야 하는 이유.
토스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온드 채널을 통해 '쉬운 금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해오고 있다. 토스의 블로그인 '토스피드'가 대표적이다. 유튜브 '머니그라피'도 3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네이버포스트와 인스타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채널들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한다. 반면 아날로그 매체인 '책'은 시간은 물론 고객의 공간을 점유하는 힘이 있다. 한 번 읽은 디지털 콘텐츠는 소비되지만, 한 번 구매한 책은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 고객의 시야 안에 있다. 이미 여러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토스 입장에서는 디지털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물성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고객에게 다가갈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금융'이라는 정보의 성격 또한 한몫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책을 구매할 때 '소장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서 구매하는데, 디깅이 필요한 정보를 다루거나 자주 꺼내볼 것 같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시리즈라면 도서관 대출이 아니라 구매를 한다. 금융은 숲과 나무를 모두 봐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금융정보는 백서처럼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발췌독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책으로 만들었을 때 소장 가치를 높게 느낄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국제도서전에 토스가 왜 나와?
책만큼 흥미로웠던 부분이 토스가 책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었다. 토스팀이 '더 머니북' 제작 후 고객과의 터치포인트를 위해 고려했을 타깃군을 대략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은데, 내가 담당자라면 토스는 모르지만 책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가장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토스를 알고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든 토스의 기존 채널들을 통해 연결이 될 테지만 토스를 모르는 고객들에게는 자사 채널 외 연결고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토스도 책도 좋아하는 사람 -> 책 출간 소식 알림
(책은 안 읽지만) 토스를 좋아하는 사람 -> 책을 갖고 싶도록 소장 욕구 자극
(토스는 모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 책 애호가가 많이 있는 곳 발굴
고래를 만나려면 바다에 가야 한다. 서점 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곳, 도서전이다. 토스가 도서전의 일정까지 고려해 책 출간일을 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서울국제도서전'은 더 머니북을 알리기에 시기상으로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었다.
도서전 부스도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가져갔다.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들로 채워진 상점이라는 콘셉트로, 생필품들 사이에 머니북을 배치해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물건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부스의 메인 컬러는 화이트와 블랙, 포인트 컬러는 더 머니북 웹사이트에 사용한 포인트 컬러를 동일하게 사용했다. 자신만의 머니북을 만들어보는 체험 이벤트도 진행했다. 더 머니북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다른 레이어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흐트러지지 않게 가져가려 했던 노력이 엿보였다.
쉬운 금융에 진심인 브랜드
토스의 '더 머니북' 커뮤니케이션은 그간 진행했던 토스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오프라인 노출도가 월등히 높았다. 물성이 다르고, 레이어가 달라도 브랜드 코어를 잃지 않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토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더 머니북 판매량은 3만 부를 넘었고 10쇄에 들어갔다. 성공적이다. 판매 수익금은 금융소외층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 하니, 이번 책을 통해 토스가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누구나 쉬운 금융'이라는 메시지가 토스를 몰랐던 이들에게도 좀 더 명확하게 와닿는 계기가 만들어졌지 않았을까 한다.
누구에게나 쉽고 상식적인 금융을 만누구에게나 쉽고 상식적인 금융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