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집에 왔다. 쉬는 날인데 부대 잠깐 들렀다가 집에 왔다고 한다. 전투복 차림이었다. 전투복 차림의 동생은 항상 피곤해 보인다.
집에 찬거리 쇼핑하는데 아빠랑 남동생이 다녀왔다. 파가 두단. 왜 파가 두 단인가 물어보니 동생 집에도 파가 떨어져서 한단은 집에 들고 간다고 했다.
파를 단 채로 들고 가게 하기가 뭐해 다듬었다. 어떻게 다듬는 건지 결혼하고 육 년이 되도록 해본 적이 없지만 엄마가 하던걸 어슷하게 흉내 냈다. 엄마는 파를 꼭 바로 국에 넣을 수 있게 잘라서 통에 넣어 얼려주었다.
파를 막상다듬기 시작하니 눈물이 찔끔 났다. 파 때문에 눈이 매워서였다. 양파만 그런 줄 알았는데 파도 눈이 매워지는지 처음 알았다. 그래도 큰 반찬통에 살뜰히 다듬어서 남동생 집에 가는 길에 챙겨주었다.
파를 가위로 썰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생각 말이다. 엄마는 직장 생활하는 나 편하라고 이것저것 재료를 다 다듬어 챙겨주면서 수도 없이 눈물을 찔끔거렸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하고 슬퍼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료를 준비하는 게 엄마에겐 하나의 기쁨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듬은 파를 남동생이 잘 먹겠다며 들고 가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남동생 내외가 직장생활을 하니 파를 다듬어주면 엄마 딸이었던 나처럼 국 끓일 때 한 줌씩 집어넣으며 편할 것이었다.
저녁에 남편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잠시 삐쳤다.
"남동생은 보이고 남편은 보이지 않니? 어머님처럼 행동하는 게 싫다고 했잖아."
나는 말했다.
"파를 다듬으면서 내가 행복했어. 엄마도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
남편은 알았노라고 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파를 다듬는 엄마의 마음은 사랑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제야 이해하게 된 엄마의 사랑. 엄마가 이것저것 내게 못 챙겨줘서 안달일 때 필요 없어도 다 들고 올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것이 엄마의 기쁨이었다면 내가 그 기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