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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Oct 18. 2021

시집에서 챙겨준 생일상

마음이 좀 편해졌으면 한다는 당부

매년 늘 신이나던 생일이었는데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졌다. 계속 불면증에 시달리며 몸이 아팠다. 시어머니는 안 되겠는지 생일 전날 집에 한번 오라셨다. 결혼한 이래 시집에서 생일 축하를 위한 식사를 한적은 없었는데(남편이랑 놀라고) 아무래도 엄마의 공백을 느끼고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내 상태가 걱정이 좀 되신 것 같았다.


저녁 여섯 반쯤 도착한 인천 집. 두 달 전에 왔을 때는 집 정리가 아직 덜되어 어수선했는데 시 할머님 댁에서 화분을 가지고 왔다며 예쁘게 잘 두셔서 그런지 집이 화사하니 보기 좋았다. 남편도 안정 적여 보이는 환경이 만족스러웠던지 오랜만의 본가 방문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한 상가득히 내가 좋아하는 잡채도 있고 나물 반찬도 있고 정성껏 차린 밥상에 너무나 고마웠다. 엄마가 죽고 집에서 누군가 차려준 밥을 먹은 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가슴이 따뜻해졌다. 집밥이라는 것이 막상 그 일상을 잃고 보니 참 따뜻한 것이구나 새삼 느껴졌다. 시집에 가기 전까지는 사실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몸이 아프니 웃고 있을 수도 없고 누워만 있고 싶어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며느리 마음 좀 편하라고 부처님 말씀을 보내고 싶어도 혹시 강요처럼 느껴질까 봐 보내기도 뭐하고.. 며느리가 양쪽 집안 기둥인데 잘 못되면 큰일 나. 정신 차려야 해."


아버님이 차려준 국은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미적미적 어떻게든 떠먹고 있을 때였다. 또 밥을 먹다 말고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어머님은 자꾸 울면 엄마가 가다가 뒤돌아본다며 꿈에도 안 나오는 걸 보면 좋은 데로 가신 건데 내가 자꾸 울면 엄마가 힘들다고 했다. 울고 불어서 다시 돌아올 일이면 몇 날 며칠을 울라고 하겠지만 태어난 것은 다 죽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남편과 시아버지, 어머님 셋이서 어떻게든 나를 달래 마음 편하게 해 주려는 노력이 감사했지만 며칠간 이미 잠을 설치고 마음고생하는 나는 쉬이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우는 중에도 밥상의 정성이 느껴져서 이반찬 저 반찬 야무지게 집어먹으며 생일 축하를 감사히 받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에 초도 끄고 용돈도 받았다. 다음날 먹으라고 반찬도 잔뜩 싸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슬픔은 슬픔이고 또 내 마음 편하게 해 주려고 붙들어주는 남편과 시집, 아빠가 있으니 슬픔에 매몰되지 않게 자꾸 다른 생각을 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돌아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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