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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20. 2024

들기름 막국수

간단해요!

나는 사실 요리를 할 때 정량을 지키지 않고 손과 눈으로 대충 양을 짐작하며 간을 맞춘다.

그래서 음식이 너무 짤 때도 있고 싱거울 때도 있지만 2스푼, 3t스푼, 10g 등을 지키며 요리를 하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모든 일을 대부분 '정확하게'보다는 '어림짐작'으로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 남편은 내게 늘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기를, 그냥 대충 전달하는 말이 아닌 '출처가 확실한' 말만 하기를 간곡히 부탁조로 명령한다(?).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이러한 점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다.


유치원에 보내야 할 준비물을 잘 보내주는 것, 학교에 제출해야 할 서류를 기한 내에 보내는 것, 남편의 말대로 정확한 출처가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 등은 내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달력에 아이들 행사나 준비할 것들을 적어놓고 오늘 할 일들은 노트에 체크리스트를 써서 적어 놓는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는 실수가 많이 줄었다.


이런 나의 변화가 나도 기특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그것은 요리를 할 때 대~충 하는 것이다. 정말 맛있어야 하는 손님 초대 음식은 될 수 있는 대로 레시피대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평소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 준비는 대~충하되 맛있게 되기를 바라며 만든다.


그렇게 대~충 만든 음식 중에서도 제일 대~충 만든 것 같은 음식이 내게는 들기름 막국수다.


"혹시 만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


정말 쉽다.

일단 필요한 재료는 메밀국수, 들기름, 진간장, 다진 파, 김가루. 이것만 있으면 된다.

메밀국수를 삶아 찬 물에 헹구고 그릇에 넣어 들기름, 진간장을 '적당히‘ 넣어서 비벼 놓고 그 위에 파와 김가루만 얹어 먹으면...? 생각보다 맛있다! 여기에 참치액을 조금만 더 넣으면 음식점에서 먹는 그 감칠맛도 난다.


들기름 막국수는 들기름 향만 그득하면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남편도 이 간단한 요리를 좋아한다.

대~충 만들어도 맛있는 들기름 막국수.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대~충이 되지 않되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 오늘 또 뭐 먹을지 고민하는 집밥 만드는 이들에게는 조금 대~충 만들어도 맛있는 이 음식이 요긴한 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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