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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섹스

4부







분명히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도, 수많은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섹스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소외된 섹스


여자도 분명히 성적인 주권, 특히 섹스의 주권을 갖고 있는 존재이며, 또, 섹스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여자의 성적인 주권과 섹스의 결정권 역시 존중되어야하겠건만, 막상 남자들은 온갖 핑계로 여자의 것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튕긴다면서, 도도하다면서, 혹은,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는다는 등으로.


즉, 막상 섹스를 하면서도 한낱 섹스인형일 뿐이라는 듯, 막상 남자들은 자신의 섹스에서 여자를 아주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만 생각한다는 남자들은 물론, 자신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남자들 역시.


이는 여자가 아직 섹스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됐을 때는 물론, 충분히 준비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편히 섹스에 즐길 수 있게 된 여자들도 흔히, 인터넷 등 여기저기에, 혹은, 심지어 처음 본 나에게 성적으로 무시되고 있다고, 소외되고 있다고 마구 푸념을 늘어놨으니.


“결혼 초에는 잠깐 아주 열정적이던 남편. 하지만 아직 신혼인데도 남편은 자꾸 피곤하다면서 좀처럼 성생활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한 달이면 1~2회 정도 관계를 갖네요. 혹시 저와의 관계에 만족을 못해서 저럴까요?”(결혼 8개월 차의 아내)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남자들은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뒤이어 결혼에 대한 의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단지 섹스만 하겠다고 결혼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혼 전에는 물론, 결혼 뒤에도 여전히 성적으로 무시당하고 소외당한다면 여자가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잖아?’


그제야 비혼을 선언하는 등 결혼을 거부한다는 여자들이 아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알기 시작한 남자들의 실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점점 더 깊게 실망시켰다.


‘나도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까?’


한여름의 무더위도 못 느낄 만큼 남자들에 대한 실망감으로 잔뜩 처져있던 어느 날, 어느새 나의 성적인 멘토가 되어버린 선생님으로부터 한 줄의 문자가 왔다.


“요즘은 조용하구나.”






외면하는 여자들


"먼저, 이 세상에는 성적인 능력, 즉, 여자가 충분히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남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어.


가장 대표적인 예가, 조루인 남자들과 흔히 변태성욕자라고 말하는 이상성욕자인 남자들인데, 이런 남자라면 여자 스스로 자신에게서 도태시켜야하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켜줄만한 능력을 가진 뒤에 다시 찾아와!’라면서.


아니면, 자신을 만족시켜줄 만한 충분한 성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새로운 남자를 찾거나.


하지만 막상 많은 여자들은 사랑이나 경제력 등 다른 조건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섹스나 오르가즘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아.


심지어 섹스가, 오르가즘이 전부가 아니라면서 성 자체를 아주 가소롭게 여기는 여자도 결코 적지 않게 있지.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성을 결코 빼놓을 수 없는데도.


이런 형편인데, 어떤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겠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옷을 잘 입는 등 외모를 가꾸거나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등 다른 노력을 하겠지.


더구나 그렇게 하면 훨씬 쉽게 여자들과 섹스를 할 수도 있거든.


조루나 이상성욕자처럼, 성적인 능력이 부족한 남자들이 여자에게 섹스를 조르는 이유도 마찬가지야.


즉, 여자가 섹스나 오르가즘보다 다른 것을 요구하니, 그 요구하는 것을 미끼로 여자에게 섹스를 조르는 거지.


그렇다보니 그런 여자들은 흔히 남자의 섹스에서 소외된 채, 그저 남자의 성적인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도구나 남자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섹스인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물론, 많은 돈을 들여서 수술까지 하는 등, 성적인 능력이 부족한 남자들 중에는 적지 않게 충분한 능력을 갖고 위해 노력하는 남자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야.


그러나 어차피 여자는 다른 것을 요구하는데, 그만한 능력을 가지면 뭐해?


그래서 도중에 포기하는 남자도 많지.


‘고쳐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아예 시작조차 않는 남자도 많이 있고.


그러니 이번에는 남자에게만 책임을 물으면 안 될 듯싶다."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같기도 섹스


여자들 중에 섹스를 싫어하는 여자가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은 나도 대략 알고 있었다.


나와의 상담 중에도 몇몇 여자들이 스스로 그렇다고 털어놨으니.


“나는 키스를 하거나 안아주기만 해도 충분히 만족하는데, 남자친구는 자꾸만 그 이상을 바라네요. 아무리 싫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어요.”


하지만 오르가즘을 몹시 하찮게 여기는 여자들도 있다니?


‘오르가즘을 느끼면 좋잖아? 그런데도 왜?’


그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믿기 힘들었는데, 이어진 선생님의 부연설명에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사정을 못하면, 즉, 오르가즘을 못 느끼면 남자들은 섹스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라고 여겨. 그래서 똥을 절반만 싸고 화장실에서 나온 것 이상으로 몹시 찜찜해하지. 반면, 여자들은 심지어 오르가즘을 전혀 못 느꼈는데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더군.”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났지만, 몇 번인가 몇몇 여자들에게서 섹스를 할 때 꼭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으며,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


‘꼭 오르가즘을 느껴야하나?’라고.


그런데 부연설명을 들으니 불쑥 오르가즘에 대한 나를 비롯한 여자들의 태도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를 할 때마다 남자가 오르가즘을 느낀다면 당연히 여자도 매번 오르가즘을 느껴야 하잖아? 그게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공평한 섹스잖아? 더구나 한 번의 섹스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은 오르가즘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러나 실제로는 오르가즘이 빠져버린 수많은 여자들의 섹스.


문득 여자들의 섹스는 그야말로 ‘같기도 섹스’ 같다고 생각되었다.


즉, 섹스를 안 한 것도 아니고, 한 것도 아니라고.


‘남녀는 평등해야한다고 그렇게 떠들었으면서도, 왜 이때까지 오르가즘을 당연히 느껴야한다는 생각을 못했지? 왜 섹스에서의 남녀평등은 생각을 못했지?’


그러자 잠깐이라도 ‘꼭 오르가즘을 느껴야하나?’ 생각했던 내가 몹시 어리석게만 생각되었다.






육변기


언제인가 인터넷에서 여자를 ‘육변기’, ‘정액변소’, 혹은, ‘정액받이’ 등으로 부르는 몇몇 남자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어떻게 여자를 저렇게 말할 수 있지?’


그때도 속이 몹시 부글거렸는데, 다행히 실제로 여자를 그렇게 부르는 남자들은 없었기에 곧 흐지부지 잊고 말았다.


그런데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알게 되자 불쑥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오르가즘을 하찮게 여기는 여자라면 진짜 남자들에게는 자신의 정액을 받아내는 한낱 변기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특히,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만 여긴다는 남자들에게는 더욱’


순간, 숨이 콱 막혀오는 듯싶었다.


왜냐하면, 오르가즘이 그토록 중요한지는 처음 알았기에.


그래도 그 날 들었던 선생님의 말씀에서 나는 하나의 희망을 발견했다.


심지어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만 여기는 남자들이나 정액을 배출하는 변기쯤으로 여긴다는 남자들에게도 충분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도록 요구한다면 여자는 결코 더 이상은 섹스에서 무시되거나 소외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 결과, 다시는 남자의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도구나 성욕을 받아내는 섹스인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에.


그리고는 어렴풋이 섹스의 주도권은 여자가 갖고 있어야 준비되지 않은 ‘원하지 않는 섹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던 대부분의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흔히 못 들었다는 듯 내 말을 무시했고, 심지어 가장 친하다는 친구들마저도 내 말을 조금 새로운 잔소리로만 여기는 듯싶었다.


“나는 굳이 그런 거 안 느껴도 돼”


오르가즘을 못 느끼면 기껏 남자를 위한 살아있는 섹스인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심지어 ‘육변기’가 될 수 있다고 말을 해도 반응은 여전했는데, 그런 대꾸를 들을 때면 어찌나 기운이 빠지던지.


‘정말 오르가즘을 가소롭게 여기는 여자들도 있구나.’






오르가즘에서 소외된 여자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기혼여성들에게 나는 아직 나이가 어린 대학생이다 보니 선뜻 말하기 몹시 어려웠고, 그에 앞서, 남들과 성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여전히 적지 않게 쑥스러웠기에.


물론, 몇 달 전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나아졌지만.


아무튼, 그때 나는 한동안 여자의 오르가즘에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들도 마구 뒤져보는 등, 닥치는 대로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면서 알게 된 한 가지가, 우리나라에는 일생동안 겨우 한 번도 오르가즘을 못 느낀 여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몇몇 기관에서 발표한 부부의 성생활에 관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내들 중 약 40~45%가량이 불감증이라고 하니.


‘왜 이렇게 오르가즘을 못 느낀다는 여자가 많아?’


그 반면, 여러 가지 잡다한 통계들을 종합해서 정리해보니, 섹스를 할 때마다 늘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아내는 고작 10%도 안 되는 듯싶었다.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기가 이토록 어렵나?’


마치, 오르가즘이 10%쯤도 안 되는 아내들을 위한 값비싼 명품처럼 느껴졌는데, 그때 또 여자의 섹스는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었다.


셀 수 없을 만큼 섹스를 했을 텐데도, 평생 동안 고작 한 번의 오르가즘조차 못 느낀 아내들이 있는 반면, 한 번의 섹스에서 수십 번씩이나 연달아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들도 있다고 하니.


‘오르가즘은 누구든지 느낄 수 있지 않나? 도대체 실제에서는 왜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지?’


여러 날 동안 몹시 궁금했지만, 안타깝게도 내 궁금함에 대한 대답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으며,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작은 단서조차 얻을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능력으로는 결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실망되자 어찌나 더욱 궁금해지던지.


‘혹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아직 없나?’






소외된 오르가즘


조루 등, 남자의 오르가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었고, 또, 계속해서 다양한 치료법이 소개되거나 개발되고 있었다.


약물요법이나 수술 등의 의학적인 방법부터 시작하여 민간요법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여자의 오르가즘은 사뭇 달랐다.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여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는데도, 살짝 구색만 갖추었다고 여겨질 만큼 특히 심리학에서의 연구가 매우 소홀했으니.


‘여자의 오르가즘은 심리학의 연구분야가 아닌가?’


그리고 연구된 내용도 몹시 단편적이었다.


고작, 한 번의 섹스에서 2번 이상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들은 성적인 만족도가 더욱 크며, 그렇다보니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성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더라는 정도였으니.


‘인터넷만 뒤져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오르가즘 때문에 잔뜩 고민하는 여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건만, 또, 고민의 종류도 다양하건만 어떻게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연구만은 이토록 허술할 수 있지?’


불쑥, 여자의 오르가즘은, 여자의 섹스는 심지어 내가 배우고 있는 심리학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뒤이어 수많은 여성 심리학자들이 미워졌다.


‘남자들은 흔히 섹스에서 여자를 소외시키니 남성 심리학자들 역시 연구분야에서 여자의 오르가즘을 소외시킨다고 해도, 여성 심리학자들 중에는 연구하는 사람이 충분히 있어야하지 않나? 여성 심리학자들 역시 모두 자신의 오르가즘에는 아예 관심이 없나?’


그 뒤로 여러 날을 생각해도, 무관심하거나 못 느끼는 등 오르가즘에서 소외된 여자들에게도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듯싶었다.


물론, 그때의 나로서는 도무지 그 원인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할 텐데’


띄엄띄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있던 어느 날인가 문득, ‘그렇다면 내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직 아무도 안 하는 듯싶은데,’


하지만 그때까지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는데, 그래서 또다시 선생님을 찾아갔다.






여자가 섹스에서 소외된 이유


"만약, 누구인가 자기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라면서, 정작 자네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는 몹시 낯선 음식을 함께 먹자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물론, 호기심에라도 한두 번은 들어줄 수 있겠지.


또, 자네가 잘 보여야할 사람의 요구라면 몇 번 더 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뒤에도 만날 때마다, 역시 자네는 계속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는 똑같은 음식을 함께 먹자고 마구 조른다면 어떻게 하겠나?


아무래도 그 사람과 만나기가 점점 꺼려지겠지?


보나마나 ‘이제는 너도 익숙해졌을 테니, 함께 맛있게 먹자’ 등으로 말하면서 또 똑같은 음식을 먹자고 마구 조를 테니.


섹스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먼저, 자네도 알고 있듯이, 신체구조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남자만큼 성적인 준비를 하기 몹시 어렵다보니 섹스는 처음에 여자에게 몹시 낯설고 두려워.


특히, 자위조차 않는 여자들에게는 더욱.


그러니 아주 어린 나이부터 훨씬 많은 성적인 준비를 한 남자는 여자가 섹스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지.


쉽게 말하면, 먼저 충분히 맛을 알게 한 뒤에 여자에게 섹스를 요구해야한다고.


하지만 막상 남자들은 일이나 운동, 혹은, 술 등의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 여자를 성적으로 충분히 배려하지 않아.


심지어 수천 번 이상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여자를 성적으로 거의 배려하지 않는 남자도 수두룩할 정도니까.


그러면서도 남은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는 낯선 음식을 만날 때마다 함께 먹자고 마구 조르는 사람처럼, 남자들은 흔히 내킬 때면 여자에게 마구 섹스를 조르지.


고작 막연한 생각에 기술적인 배려나 하면서.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 여기는 남자들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남자의 이런 행태에 질려 자신에게서 오르가즘은 물론, 섹스마저 소외시킨 여자도 적지 않게 있어.


자네가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는 여자가 많은 심리학적인 원인을 진짜 연구하고 싶다면 이에 대해서도 알아두게.


왜냐하면, 지금껏 말한 이야기는 남자들도 아주 어슴푸레 알고 있는, 그렇다보니 여자인 자네는 알아내기 더더욱 어려운 이야기이거든."






다시 시작된 혼란


대학을 졸업한 뒤, 내가 대학원에 가서 많은 여자들이 섹스와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는 심리적인 원인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그 배경에는 남자들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자네는 여자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라고 전제하시면서.


또, “사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 이야기였기도 한데,”라고 전제하시면서.


하지만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조금씩 정리되던 내 머릿속은 또 마구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가볍거나 가소롭게 여기는 까닭이 아니라, 그에 앞서, 남자들이 도와주지 않다보니 수많은 여자들이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섹스에 시달리고 있다니’


더구나 남자들의 책임이 최소한 70% 이상은 될 듯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듯 대부분의 책임이 남자들에게 있다면 내가 굳이 대학원에 가서 수많은 여자들이 섹스와 오르가즘에 무관심한 심리적인 원인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고, 그러자 머릿속은 더더욱 복잡해졌다.


오죽하면 ‘이번에는 괜히 왔나?’ 생각될 만큼.


하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의 말씀을 반박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바란다고 해도, 성감대가 몹시 예민한 등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도록 남자가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다면 여자는 결코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을 테니.


‘아, 머리 아파’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주 힘들게 붙잡은 미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멀리 사라지는 듯싶어 마냥 기운이 빠졌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남자의 도움이 없이는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는 여자가 마냥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여자는 반드시 짐승만도 못한 남자에게도 도움을 받아야하는구나’


그로부터 여러 날을, 당연히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하는데도 막상 돕지 않는 수많은 남자들과, 바로 이런 남자들 때문에 심지어 오르가즘에도 아예 관심도 없는 수많은 여자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함께 내 머리를 터지게 만들었고, 지친 나는 또 혼자 조용한 카페에 앉아 노트를 펼쳐놓고 당장 터질 듯 복잡하던 머릿속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의문


 ‘당연히 남자는 여자가 섹스의 맛을 알 수 있도록, 즉, 섹스에서 실컷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

그러나 막상 남자들은 그렇게 하기는커녕, 오직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는 데에만 급급하거나, 취미 등 엉뚱한 데에만 잔뜩 정신이 팔려있는 까닭에, 혹은, 성적인 능력이 부족한 까닭에 여자를 섹스에서 소외시키는 것이 현실.

이런 까닭에, 여자들은 심지어 오르가즘에 가소롭게 여기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까지처럼, 계속 오르가즘에는 관심을 갖지 말거나 그저 가소롭게만 여기면서 남자의 성욕을 받아내기만 하는 섹스인형인 듯, 육변기인 듯 섹스에서 소외된 채 살아야할까?’


다행히도 곧 정리되던 싶던 내 머릿속은, 뒤이어 내 능력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듯싶은 몇 가지 의문이 연속적으로 튀어나오자 또다시 마구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여자를 섹스에서 배려해야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더욱.


‘내가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말할 수도 없겠지만, 말한다고 과연 내 말대로 배려할까? 내 말을 흔한 여자들의 비현실적인 투정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마냥 비웃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


쉬지 않고 연달아 튀어나오는 수많은 의문들에 깔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잔뜩 지쳐버렸는데, 그래서 며칠 동안 아무런 생각도 않은 채 방바닥에 누워 뒹굴기만 했다.


‘몰라, 몰라!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


하지만 그 며칠이 지나자 내 머릿속으로 또 한 가지 현실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여자의 오르가즘을 포기하거나 무엇인가 다른 길을 찾거나, 어떻게든지 매듭은 지어야 하잖아? 그래야 대학 졸업 뒤의 진로를 생각할 수 있잖아?’


그런 생각에 다시 조금씩 기운을 추스르는데, 불쑥 여자의 오르가즘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또다시 선생님을 찾아갔다.


‘나마저 여자의 오르가즘을 외면하거나 포기한다면 다른 여자들은 물론, 결국 나 역시 남자들의 섹스에서 소외될 수 있다’ 생각하면서.   






불감증의 책임


"자네가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는 여자가 많은 심리적인 이유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참 대견했네.


왜냐하면, 여직 그렇게까지 오르가즘에 관심을 갖는 여자는 본 적이 없거든.


하지만 자네의 말대로, 남자와 여자가 끝까지 서로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다면 결코 둘 모두가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어.


반면, 전혀 관심이 없었어도 서로가 충분히 배려한다면 모두는 실컷 오르가즘을 느낄 수도 있지.


더구나 실제로 오르가즘에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남자의 충분한 배려로 한 번의 섹스에서 수십 번 이상이나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여자들도 있으니까.


이렇듯 남자와 여자의 오르가즘은 서로에게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데, 그러니 여자가 오르가즘을 못 느낀다면 가장먼저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남자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지.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여자가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것은 여자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고 말해.


섹스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거나, 오르가즘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거나, 혹은, 뇌의 어디인가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거나 등등.


그러면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그냥 방치하고 있고, 그것을 기회로 바람을 피우는 남자도 적지 않게 있지.

물론, 여자에게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


남자가 어떤 노력을 해도 도무지 성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여자들도 극히 일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먼저 여자에게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책임을 묻는 것은 결코 정확한 태도가 아니야.


그런데 자네가 연구하고 싶다는 주제 역시,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원인은 여자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거든.


그렇다보니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는 여자들에게는 포기의 빌미가, 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사람들에게는 악용의 빌미가 되기 매우 쉽지.


그 결과, 심지어 바람을 피우는 남자들에게 마냥 악용될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은 조심하게."


-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5편에서 이어집니다.(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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