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을 좋아한다.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은 더욱 은밀한 나의 세상으로 그들을 초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에는 어느 것 하나 내 취향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콧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오디오, 대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음알음 모아오고 있는 CD들, 좋아하는 뮤지션의 피규어, 갖가지 식물원과 꽃 가게에서 데리고 온 식물들,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는 컵들과 물을 마실 때 사용하는 컵들, 읽은 것과 읽지 않은 책들로 뒤섞인 책장, 눈으로 직접 보고 공수해 온 패브릭 포스터, 우리집을 나로 만드는 향기까지. 쉽게 들이지 않은 물건들이 온 집안에 나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런 것들을 바깥 세계에서 만난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다. 이런 소비 취향과 이런 소비를 하는 사람이 나라고, 이런 나를 사람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해서, 바깥에서 만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로 그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초대된 이들을 두런두런 테이블에 앉힌 후, 나는 쉴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내밀한 것들을 그제서야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 오늘의 메인 주류는 소주. 그들의 취향에 맞춘 소주잔을 꺼내어 놓고, 안주와 무드에 맞춰 그릇들을 선별해 내어놓는다. 여기에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음악을 오디오에 플레이하고 거실등 스위치를 내리고 조명등을 On 하는 순간, 그제서야 나의 세상에서 그들과 더욱 밀접하게 접촉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찾아온 이들에 따라 풀어 놓는 이야기도 제각각. 각자의 얼굴에 맞게 살아온 역사와 내가 너가 엮인 역사에 맞게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이 공간은 나의 개인의 것이 아니라 오늘 나를 찾아온 이들과 함께 엮여지는 이야기가 되고, 그러면서부터 더욱 은밀하고 내밀하며 소중한 비밀이 생기는 공간이 된다.
비릿한 조개찜의 향기가 환상인지 실제인지, 어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공간에 앉아 어제의 이야기들을 회상해보는 순간. 켜켜이 쌓인 돈지랄의 증거만큼, 소중해진 추억들이 또 하나 쌓여 나간다. 내가 내 집을 사랑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