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기억 속 상처 (1)
그러다 숨바꼭질을 하면 빛나는 항상 제일 먼저 들켰어요.
미끄럼틀 아래 숨어도, 풀숲 뒤에 숨어도, 빛나 주위는 항상 환해졌어요.
“저-기, 빛나! 찾았다!”
친구들은 주변보다 밝은 곳을 금방 찾아냈고, 빛나는 어느 곳에 숨어도 금방 들켜버렸지요.
“찾았다! 빛나!”
숨바꼭질은 그렇게 허무하게 금세 끝나버렸고, 빛나는 매번 술래가 되어야 했답니다.
빛나와 함께하는 숨바꼭질은 친구들에게는 너무 쉬웠고, 빛나는 점점 숨바꼭질에 흥미를 잃었어요. 친구들은 웃고 떠들었지만, 빛나의 마음속에서는 작고 투명한 벽이 하나씩 자라나기 시작했지요.
놀이터에서 놀다가 모두 같이 사진을 찍기로 했어요.
즐겁게 놀던 친구들은 후다닥 카메라 앞에 모여들었고 각자 재밌는 포즈를 취했어요.
“김-치!”
양손으로 얼굴에 꽃받침을 만들며 활짝 웃는 친구와 멋지게 이마에 경례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개구진 표정으로 뛰어들어 앞친구 머리 위에 브이모양 뿔을 만드는 친구도 있었고, 그 앞에 있는 친구는 그것도 모르고 근사하게 출동 포즈로 폼을 잡고 있었어요.
빛나의 한쪽 옆에는 한 손에 하트모양을 야무지게 만든 친구가 다가섰네요.
친구들은 다 같이 빛나 주위를 둘러쌌고, 빛나도 양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방긋 웃어 보였어요.
“찰칵!”
사진 속에서 빛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친구들의 모습은 흐릿하게 찍혔어요.
그날 이후로 빛나는 누군가와 사진 찍는 것을 피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