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을 속 빛나
지금, 빛나에게 한낮의 놀이터는 너무 밝았어요.
햇빛은 모래 위에서 튀어 오르고, 햇빛을 받은 미끄럼틀은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어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조차 따가워요.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친구들 웃음소리는 귓속에 종소리처럼 커다랗게 번져와요.
빛나는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며 고개를 숙였어요.
그림자가 목까지 길게 덮자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지요.
친구들은 뛰어다녔지만 빛나는 조용히 그림자만 보고 있었어요.
친구들과 놀지 않는 빛나는 한자리에 그렇게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놀이터 뒤편으로 해가 기울자 갑자기 빛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노을이 길게 늘어지자 불안한 듯 빛나의 걸음이 빨라지네요.
놀이터를 떠나는 빛나의 뒷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인사를 합니다.
“빛나야, 잘 가~!”
“내일 만나~”
빛나는 대답 대신 친구들을 향해 잠시 고개만 끄덕인 후 다시 돌아섭니다.
주황빛 노을이 놀이터를 물들이고, 집으로 향하는 빛나의 몸에서 은은하게 빛이 번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걸음을 멈춰 쳐다보자 빛나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땅거미 지는 거리에서 빛이 나는 빛나의 뒷모습은 더욱 외로워 보이네요.
길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빛나를 쳐다봤고 그 이후로 빛나는 더 이상 놀이터에 나오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