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곰 Aug 06. 2020

#1. 선생님 곧 개학인데 어떠세요?

지금 시비 거는 거니

2020년 1월 30일,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누워서 빈둥대고 있었다.

물론 눈을 떠서 약간의 배고픔을 참으며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 서핑(이라는 이름의 뻘짓)을 하는 중이었다.


날 지켜봤던 거니


화면 상단에 말풍선이 둥-하고 떴다.

밑도 끝도 없이 '선생님 곧 개학인데 어떠세요?'라니...

문자메시지를 멍하니 응시하고 약 3초 동안 당황스러움과 찝찝함이 엉켰다.


'선생님 곧 개학인데 (= 이제 니 세상은 끝났다.)

어떠세요? (= 기분이 어떠냐?)'


머릿속에서 성급한 해석을 마치고 나를 조롱한 요 깜찍이가 누굴까 후보 명단을 대조하는 와중에 메시지가 덧붙었다. 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프라이즈였던 거니


방학의 맛이 달긴 했나 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애들에게 누누이 강조했건만, 꿀 같은 휴식에 돌을 던졌다고 다소 민망한 오해를 하고 말았다.


가끔 이렇게 귀신같은 타이밍에 서프라이즈 선물을 건네는 녀석들.

그래서 미워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어서 빨리 학교에 가길 소망하는 마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로 개학날을 맞이할 수는 있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