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 곧 개학인데 어떠세요?

지금 시비 거는 거니

by 곰곰

2020년 1월 30일,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누워서 빈둥대고 있었다.

물론 눈을 떠서 약간의 배고픔을 참으며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 서핑(이라는 이름의 뻘짓)을 하는 중이었다.


날 지켜봤던 거니


화면 상단에 말풍선이 둥-하고 떴다.

밑도 끝도 없이 '선생님 곧 개학인데 어떠세요?'라니...

문자메시지를 멍하니 응시하고 약 3초 동안 당황스러움과 찝찝함이 엉켰다.


'선생님 곧 개학인데 (= 이제 니 세상은 끝났다.)

어떠세요? (= 기분이 어떠냐?)'


머릿속에서 성급한 해석을 마치고 나를 조롱한 요 깜찍이가 누굴까 후보 명단을 대조하는 와중에 메시지가 덧붙었다. 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프라이즈였던 거니


방학의 맛이 달긴 했나 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애들에게 누누이 강조했건만, 꿀 같은 휴식에 돌을 던졌다고 다소 민망한 오해를 하고 말았다.


가끔 이렇게 귀신같은 타이밍에 서프라이즈 선물을 건네는 녀석들.

그래서 미워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어서 빨리 학교에 가길 소망하는 마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로 개학날을 맞이할 수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