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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고객님 Nov 26. 2020

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는 행운

일상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공항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연예인? 그렇다. 공항에서 근무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연예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아이돌들. 하지만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일까?

첫 번째
공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캄보디아, 콜롬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은 의외로 코로나 전에도, 코로나 후에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손님들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만 많이 들어보았을 뿐, 나에게 외국인 노동자는 일상생활에서는 거리가 먼 단어였다. 하지만 공항에서 일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숫자가 엄청나다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이 분들에 관련한 일화는 대부분 따뜻하다. 한국에 오신지 2-3년밖에 안되었는데도 우리나라 말이 매우 유창하다. 이 분들과 가끔 난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하물 무게 때문이다. 23KG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 캐리어 속에 물건을 좀 빼 달라고 부탁드리는 경우가 많다. 불평불만 없이 캐리어를 내 앞에서 열고 무게를 조정해주시지만 대부분 캐리어 안에는 온통 한국 과자와 초콜릿, 사탕, 자식들을 줄 장난감으로 가득해서 마음이 약해진 나는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한다. 철원에 있는 파프리카 농장에서 일하셨다는 분은 아이가 초코파이를 좋아한다며 귀국길에 초코파이만으로 캐리어 하나를 가득 채우셨었던 기억이 난다. 국적 불문 부모의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두 번째
결혼 이주 여성들이다. 보통 베트남이나 필리핀, 태국 국적인 경우가 많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부분의 결혼 이주 여성들은 이십 대 초반으로 한국인 남편과 20-30세의 나이 차이가 난다. 때로는 결혼 이주 여성의 친정 가족분들이 한국에 방문하셨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는데, 어머니 아버지의 나이보다 남편의 나이가 많은 것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러 한국으로 건너온 이주 여성이 신기했으나 그들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으리라. 어쨌든 한국과 맺은 인연이 그들에게 좋은 선택으로 남길 진정으로 바란다.

세 번째
재외 국민이다. 해외 동포라고도 불리는 이 분들은 정말 세계 각지에 사신다. 미국 캐나다 중국 같은 나라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나코,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까지 정말 한국인이 안 사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이분들의 특징은 한국 음식과 재료를 정말 많이 싸가신다는 것이다. 이민가방에 차곡차곡 한국 음식을 쌓아오시는데, 김치는 물론이고 고춧가루, 장아찌 음식, 마른 멸치, 김, 미역, 참치캔 등등 어느 지역과 문화권으로 가시건 가져가시는 음식은 다 똑같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는 한국인은 한식을 먹어야 힘이 난다며 쑥스럽게 웃으신다는 점도. 타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음식이 들어있는 가방은 2-3kg 초과되어도 눈 감고 보낸다. 고국의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시길!


공항에서 일하는 덕택에 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부러워 보이는 삶도 있었고, 안타까운 삶도 있었고, 응원하고 싶은 삶의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내 멋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 각자의 삶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각자의 서사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다만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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