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의 낙은 무엇인가요?
2년 전쯤, 친구들에게 삶의 낙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크게 다를 것 없이 항상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에 삶의 낙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삶의 낙이 없는 거 같다고.. 그랬다. 조금 지난 후, 다른 친구는 요즘 취미 같은 게 있냐고 물었다. 그때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특별한 날에 아이패드로 다꾸를 한다고 바로 말할 수 있었다. 그때, 삶의 낙이란 취미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는 걸 깨달았다. 취미가 좀 더 깊어지면 그게 바로 삶의 낙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취미란 무엇일까?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말한다. 즉, 억지로 하는 게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정의한 삶의 낙은 무언가를 할 때 그 순간만큼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힘든 일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즉,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깊이 몰입해 빠져들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을 얻는 것. 생각해 보면 나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항상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일에도 신경이 곤두섰고, 생산적인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더 어려웠다.
그런 나도 돌이켜 보면 무언가에 빠져 지낼 때가 있었다. 바로 중학생 시절이다. 그 당시 내 삶은 동방신기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양한 영상을 보고 노래를 듣기 위해 일본어 문법과 노래 가사를 프린트해서 일본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고맙게도 이는 고등학생 제2외국어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졌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더 기회가 없었다. 이제는 집-학교-학원이라는 한정된 경로에서 벗어나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기에.
나의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빠순이"라 하며 멸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도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라는 이름으로 취미로 인정하기도 하고, 마케팅과 트렌드의 주도권을 아이돌 팬덤이 잡기도 한다.
중학생 이후론 아이돌을 등한시 한 나와는 달리, 동생은 참 꾸준히도 아이돌을 좋아했다(여러 아이돌을 거쳐 이제 완덕에 이르렀다). 솔직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을 앨범을 계속 모으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또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데 "왜 일방적으로 저렇게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영상을 보고, 커뮤니티를 하고, SNS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얻는 게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동생이 영상을 볼 때마다 참 행복해 보인다고 느꼈다. 아무리 현생에 찌들어 힘들더라도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삶의 고단함을 잊는 듯 보였다. 내가 말하는 삶의 낙의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고 있던 것이다. 전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었고, 취미는 생산적인 일이어야 한다는 건 지극히 내 생각일 뿐이었다. 아니, 애초에 즐기려고 하는 일이 생산적일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