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것 (2)

연극과 뮤지컬에 빠지다

by 하진



나는 원래 동생이 뭘 하는지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기웃거리며 누구냐 묻고 노래도 듣고 무대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스며들며 혼자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아이돌에 대해 알아가는 건 다른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엔 우상 같은 느낌이라면, 점점 아이돌 나이와 내 나이가 비슷해지고 심지어 나보다 어린 아이돌이 등장하기 시작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 같으면서도, 그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부터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까지 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과 멤버들끼리 지내는 모습을 보며 우상보다는 똑같은 사람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가벼운 덕질을 하던 나에게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삶의 낙이라고 하기까지는 조금 부족했다. 내가 휴대폰을 보지 않으면 단절되는 게 내겐 가장 큰 장벽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 간의 상호 작용을 중요시하는 나는 폰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익숙해지지 않는 듯하다. 그러다 연극과 뮤지컬에 빠지게 됐다. 원래 나는 연극과 뮤지컬은 문화생활의 측면에서만 바라봤었고, 당연히 모두 그런 줄 알았다. 아무래도 가격이라는 진입장벽 때문에 1년에 2~3번 보는 걸로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가 몰랐던 다양한 작품이 있는 건 물론이고 덕질 문화 또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에 연극을 꽤 보러 다녔는데, 연극이 좋았던 건 바로 현장감이었다. 내 앞에서 실제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모습이 더 재밌기도 하고, 더 와닿았다. 꼭 직접적으로 교류하지 않더라도 같은 감정을 느끼며 한 공간에 있는 자체가 좋았다. 가벼운 연극을 봐도 그 순간 잘 즐겼다 생각했고, 극의 내용을 알게 되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때를 지나서 같은 역을 연기하는 다른 배우도 궁금해지고, 같은 극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빠져들었다.



누군가의 행복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지는 것. 참 별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친구에게 연극과 뮤지컬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니 친구가 이 이야기할 때만큼은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 이제 나도 나의 삶의 낙을 찾은 것이다. 언제 또 질리게 될지 모르지만, 취미는 즐기려고 하는 사전적 정의가 있듯이 부담 가질 필요 없다. 이제 공연을 봐도 좋지 않다면 또 다른 취미를, 또 다른 삶의 낙을 찾아 떠나면 된다. 어쨌든 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무언가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것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