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도 타이밍이다

by 하진



연뮤덕질을 하다 보면 항상 고질적으로 후회하는 게 있다(사실 모든 덕질이 그렇겠지만). “내 입덕이 조금만 빨랐더라면.....(이하 생략)” 지나간 것은 다시 보지 못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더 그런 거라 생각한다(간혹 OST나 DVD가 있긴 하지만 그건 또 다르니까). 우리도 이런 후회를 밥 먹듯이 하던 때가 있었다. “이땐 상황상 충분히 공연을 좋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 우리 뭐 했지…?”, “왜 우리 취향 공연을 안 봤지..”,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아 그때 그 사람들이 다 연뮤덕이었구나..”



심지어 동생은 친한 친구가 지방 연뮤덕이었고,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할 기회가 충분했다. 가장 후회되는 일화를 하나만 소개하자면. 친구는 여느 때처럼 관극을 하러 왔고, 마침 동생이 서울에 면접 일정이 잡혔다. 면접 끝나고 친구를 만나서 알차게 논 후, 헤어지고 친구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후에 알고 보니 동생이 처음부터 취향 저격당한 뮤지컬. 바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10주년 공연이었다. 캐스트는 이제 뮤지컬은 안 한다고 선언한 배우였고. 이 외에도 우리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놓치지 않은 작품과 캐스트가 많겠지?라는 후회.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언니에게도 똑같이 이런 한탄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언니가 그때였으면 이만큼 좋아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 정말 느낌표가 떴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을 거 같아서. 당시엔 지금 취향과 달랐고, 만약 내가 동생 없이 혼자 좋아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깊이 오래 좋아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역시 모든 건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완벽하진 않았고, 시간이 지나 비로소 완벽한 타이밍을 만났다. 글을 쓰면서 돌이켜 보니까 실제로 나는 처음 소극장 뮤지컬을 봤을 때 별 감흥이 없었다(명동로망스.. 지금 보면 다를 거 같은데... 어디 있니...).


또, 정말 그때 좋아했더라도 다른 후회를 하지 않을까? 항상 자신이 닿지 못한 부분에서는 후회하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지금이라도 취향을 만났고, 행복하면 된 거 아닌가? 나중엔 지금이라도 좋아한 게 다행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안 오면 말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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