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겠네. 미치겠네. 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그때 나는 대체로 인내하는 인간이다. 부르르 떨며 인내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니. 그래서일까. 나의 ㅋㅋ가 더 음흉해졌다.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고 미소를 지으며 보는 인물은 ‘신한수’다. 애정하는 배우 김남희가 맡은 ‘신한수’를 검색하면 ‘상사들 뒷목 잡게 만드는 눈치 제로의 프로 일침러’라고 나온다. 내 생각으로는 눈치제로라기 보다는 능동적인 눈치 삭제로 보이는데. 그가 내뱉은 대사들을 떠올리면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전해진다. 이번주 나온 대사부터 거슬러 올라가보면
- 아…어쩜, 당연한 얘기를 무게 잡고 얘기하세요? 그러지마세요. 나중에 꼰대같다는 소리 들으세요.
- 팀장님, 사람은요. 누구나 타고난 그릇이 있다고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팀장님 그릇이 너무 작아서 저를 버겁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 말이 틀렸나요?
- 부장님,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요. 제 앞 날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럼.(그러고 나서 최첨단 방수 옷을 자랑하며 빗 속을 뛰어가는 발랄함이라니!)
- 제가 어제부터 팀장님한테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저번 직무테스트 팀장님은 몇 점 맞았어요? 제가 만점이니까 당연히 90점은 넘으셨겠죠? 아, 못 넘으셨구나? 잘 알겠습니다. 70점인가? 아니면 60점인가?'
이 대사들은 ‘신한수’가 해야 제맛이다. 극 중 인물 신한수의 ‘은은한 미소’와 함께 말이다. 신한수가 늘 그렇게 평온한 혹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사는 사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에게도 당자영팀장의 애달아하는 하루하루와 최반석부장의 자존심 나부랭이 박살하는 순간을 켜켜히 쌓아두었을지 알 수 없다. 하여간 나는 그가 밉지 않다. 무려 사랑스럽다.
‘어쩜 당연한 얘기를 그렇게 무게 잡고 얘기하세요?’라고 할 때는 드라마가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인줄 알고는 흡! 잠시 쓰러졌다. 허를 찌르는 예리함에 더 크게 웃어댔다. 하하하하. 나에게는 당연한 말을 무게 잡고 했던 순간들이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았던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여전하겠지. 하하하하. 16부작의 절반까지 왔는데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는 모르겠지만 7월 더위와 나의 분노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그에게 당분간은 주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