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여행을 떠나 봐!
‘여행을 떠나 봐!’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무작정 걷곤 했습니다. 내 발길이 닿는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쩌면 내가 찾고 싶어 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찾지 못하더라도 경험 자체가 나에게는 큰 재산이 될 것 같았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복실이]를 힘껏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백번도 넘게 고맙다는 말을 했죠.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그 아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나의 갑작스런 표현에 [복실이]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마 주인이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없었다면, 저는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진짜로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대학교 1학년의 두 번째 학기, 주 4일 공부를 하고 3일을 쉴 수 있도록 수업 시간표를 짰습니다. 최소한 3일이라는 시간은 있어야 마음껏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방학 동안에는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모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두 번째 대학교 생활이 찾아왔습니다.
수업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겨우 출석만 유지했습니다. 나의 모든 생각은 여행으로 가득 차 있었죠. 가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땐 [복실이]를 찾아갔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차를 타면 멀미와 함께 구토를 했습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몸으로 내가 걷는 거리를 함께 할 수도 없었죠. 결국 나는 여행을 마치면 그 아이와 함께 산책을 했고, 그때마다 수다를 떨며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여행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소박한 여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여행하는 목적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리고 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명 여행지를 가는 일은 드물었고, 여행은 마치 [복실이]와 산책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움직였죠. 아무런 계획 없이 기차역에 간 뒤 그 날 첫 번째 운행하는 기차를 타고 간다던지, 혹은 버스정류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지역의 티켓을 끊어서 타고 가는 식이었습니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어딘지 모를 곳에 내리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여행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특별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시골의 바쁜 일손을 돕고 한 끼 얻어먹기도 하고, 마을 이장님의 배려로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시골의 어른들에게는 인사만 잘해도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후한 인심 덕분에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넉넉치 않은 대학생의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덕분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어른들을 만나면 꼬박꼬박 인사를 잘 하는 편이다. 아무튼 이런 프리한(?) 여행 스타일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