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감옥 같은 곳으로 가야 한다.
나의 여행은 2006년 6월에 멈추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하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였죠. 정말로 군대에 가기 싫었습니다. 노동 착취라고 생각했고, 가장 빛나는 청춘들의 시간을 국가가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지만, 예전만큼 군 입대를 싫어하진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미 제대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안에서도 나름 배운 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존재는 당연히 부모님이었습니다. 장남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나 없이도 잘 지내실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한 건 우습게도 여자 친구가 아닌 [복실이]었습니다. 군 입대가 결정된 순간부터 여자 친구와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 하고 나니 오히려 [복실이]가 마음에 걸렸죠.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세월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혹여나 나의 부재가 이 아이의 마지막을 앞당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죠. 나에게 [복실이]가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이 아이에게도 나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알기에 걱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군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2년의 시간은 마치 20년처럼 느리게 지나갔죠. 정기휴가 때에만 한 번씩 본가에 갈 수 있었으니, 횟수로 치면 2년 동안 겨우 4번 정도 본가에 내려갔습니다. 당연히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좋았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환경 덕분에 주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고, 나 자신이 생각보다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군대 안에 있는 동안 기도를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가족들이 무사히 잘 지내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죠. 내가 전역할 때 주변의 그 누구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있길 바랐고, 그 중 [복실이]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나의 기도 덕분인지 모르지만, 전역 후 내 주변의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경험한 건 그게 다야? 도움 되는 부분이 있다더니?"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군대 안에 있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도 가족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소중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있네요. 뭐라 꼬집어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전역 후 나에게 가족은 소중한 존재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군대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전역 후 잃어버린 관계도 있습니다. 신입생 때부터 만났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내가 쓰레기(?)였습니다. 내가 헤어지자고 했죠.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모진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그 분이 나에게 준 것이 참 많은데, 나는 그만큼 주지 못했고 믿음에 보답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마 평생을 미안해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녀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좋은 가정을 꾸려서 항상 행복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에 보답할 수 있도록 나 역시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