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5. 다시 달리기 시작하다!

by 하투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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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픔을 경험했지만, [복실이]와 함께 한 덕분에 그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경험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복실이]가 내 옆에 있었습니다. 강아지 때부터 맺어온 인연의 끈 덕분에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8년 10월 2일 저녁, 같은 교회에 다니는 2살 어린 동생에게 용기를 내어 사귀자고 고백했습니다. 그날은 진주의 남강 위에 수많은 유등이 반짝이고 있는 유등축제기간이었습니다. 앞서 광안리에서 그 친구와 데이트를 했었는데, 용기가 없던 나는 마지막까지 고백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 친구는 나의 고백에 고개를 끄덕였죠. 함께 돌아오는 버스 안, 지금도 그 때의 두근거림은 잊을 수가 없네요.


집에 도착한 나는, [복실이]에게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겼음을 알렸습니다. 그 과정을 궁금해 할 수도 있으니 산책을 하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습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웠고, 그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죠. 그렇게 수없이 같은 말을 반복했음에도, 나는 마치 처음 하는 이야기 마냥 그 아이에게 신이 나서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을 계속 들은 [복실이]는 얼마나 지겨웠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전역 후, 아니 정확하게는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나에게는 큰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행을 멈추었다는 사실이죠. 여자 친구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이유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느라 신경쓰지 않았던 학점을 복구해야 했고, 미래를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된 것이죠.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목표도 없이 무작정 뛰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찾지 못했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죠. 다만 무엇을 하든 잘 할 수 있다는 '자만에 가까운 자신감'만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 지칠 때는 항상 [복실이]를 찾았죠. 그 아이를 품에 안고 누워 있으면 모든 스트레스와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함께 산책을 다녀오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비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복실이]가 주는 위로 덕분에 힘든 시기를 무사히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힘든 시기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은 상태로 목표 지점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대학교를 졸업했고, 드디어 취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많은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의외로 빠르게 취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에는 마음고생도 했지만, 그래도 불평할 정도는 아니었죠.


그렇게 졸업을 하고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부산에 위치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가에서 출퇴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취를 시작해야 했고, 또 다시 그 아이와 헤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헤어짐의 무게가 달랐습니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그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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