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8. 새로 내딛는 한걸음! 그리고 마지막 발걸음...

by 하투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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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변경하기로 마음을 굳히고는, [복실이]를 품에 안은 채 한참동안 떠들어댔습니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모든 것을 그 아이에게 말했죠. [복실이]는 언제나 그렇듯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엉켜있던 실타래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갈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자신감이 차오를 때 즈음, 희안하게도 [복실이]는 나를 향해 가볍게 짖어댔습니다. 축하의 의미인지, 격려의 의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아이가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죠.

[복실이]를 품에 안고 일어난 아침, 기분은 제법 괜찮았고 상쾌했습니다. 물론 고민해야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었죠.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일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유지하면서는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 먹듯 하는 이 곳에서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은 채 공부에만 전념할 수도 없었습니다. 모아놓은 돈은 있었지만, 결혼 자금으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동네에 있는 학원에서 강사와 총무를 겸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디지털대학교에 편입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대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걱정되었지만, 사회복지 자격증을 따기엔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환경적으로 일반 대학교 혹은 대학원을 다니는 것은 쉽지 않았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이후의 일에 대한 고민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해쳐나갈 자신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한 계획과 함께 마음의 준비도 마쳤지만, 현실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였습니다. 평일엔 여전히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주말이 되면 본가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죠. 바로 [복실이]의 노화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15년 정도를 함께 보낸 내 영혼의 단짝은 조금씩 쇠약해져갔습니다. 누워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먹는 것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았지만 특별히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기에 그저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까운 시일 내에 이별할 수도 있었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노라면 때때로 [복실이] 생각에 안절부절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주말이 되면 그 아이와 함께 산책을 했지만, 이제는 앞마당을 겨우 돌아다닐 뿐이었습니다. 동물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복실이]와 조금만 더 함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내 옆에 이 아이가 있기만 해도 큰 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복실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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