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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Oct 26. 2021

선급했지만, 달라져야 한다.

선급함은 아쉬움을 남긴다.

언제나 생각이 떠오르면 2차 가공 없이 바로 지르는 사람 바로 나.

슬슬 생각과 마음의 시동이 걸리면 앞, 뒤 가리지 않고 질러 버리는 사람 바로 나.

뭐 하나에 꽂히면 미래 따위는 계산하지 않고,

나의 노력이 얼마나 투자되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ONE! GO! 하는 사람 바로 나.

한마디로 선급한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지치기도 잘하는 사람도 나였고, 긴 호흡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언제나 낙오되는 사람도 나였다. 결국, 시작은 있으나 언제나 결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나였다.


나를 정의해 보자면 '결과를 내서 성취감을 맛보는 일보다, 포기해서 좌절감을 맛보는 일이 허다한 사람' 나는 결국 선급해서 내 인생에게 좌절감과 포기를 선물하는 그런 미련한 인간으로 살아왔다.

정신 차려 볼까? 마흔의 끝자락

아이를 출산하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남들 다 하니까 쉽게 생각했다. 생각보다 블로그를 통한 공동구매는 잘되었고, 이대로 온라인 쇼핑몰 대박도 꿈꿀 수 있는 '엄마 사장'이 되려나 싶었다. 하지만 선급했던 나는 잘 알아보지 않고 시작한 일 때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고, 치를 떨며 블로그를 초기와 시켰다. 그땐 미래 따윈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당장 처해진 내 상황이 싫었고, 인터넷이 싫었다. 공부를 더 해서 나의 성장을 도모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작년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후회했다. 왜 그때 그 작은 문제 하나 때문에 나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긴 블로그를 초기화시켰을까. 수많은 자책과 아쉬움은 고스란히 내 몫으로 남겨졌다. 시대는 급변했으며 온라인의 세계는 더 광범위 해졌다. 이렇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이라는 걸 쓰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울 만큼 온라인의 시장은 상상초월 광활한 초원과 같은 느낌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브런치 역시 시작한 지 거의 일 년이 되었다. 작년 블로그에 사소한 것부터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내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선급했던 나는 조금은 느슨해진 사람이 되었고, 말이 앞서던 나는 글로 나를 표현하는 사람으로 익숙해져 가고 있다. 점차 매일 키보드를 두들기는 일상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은 뜨거운 욕망으로 채워졌고, 내 심장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온라인 원데이 강의도 들으며 같은 꿈을 향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시간 동안 혼자만의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내 인생을 돌아봤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꿈에 선급하고, 매일 후회하는 삶을 보내고 있다. 남편이 내게 말했다.


"도대체 책은 왜 내려고 해?"

"책을 낼 수는 있는 거야?"


남편의 질문을 받은 지 석 달. 지금의 난 초고도 완성하지 못했다. 작년 연말 내 블로그에 올해 계획을 포스팅했는데 당당하게 '내 책 만들기'라고 적은 기억이 난다. 남편의 질문과 내가 새운 올해의 계획.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목표 자체가 선급했다. 그저 키보드를 두들기고 내 생각들을 짜깁기하면 책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질 줄 알았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내 필명 '세림'이 입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 역시 어느 정도 '글쓰기 능력은 장착되었나?'라고 호기롭게 판단했다. 정말 무지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랄까. 글감을 찾는 것부터 콘셉트를 잡고 목차를 정하는 것까지 모든 게 막막했다. 에세이는 일상이 가장 좋은 소재라고 하니 무조건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 쓰는 글과 독자를 생각하는 글의 천지차이를 알게 되니 점차 글쓰기에 자신감은 땅으로 꺼져갔다. 그와 동시에 책을 내고자 했던 나의 뜨거웠던 욕망도 서서히 꺼져가 작은 불씨만 겨우 살아 남았다.


1년의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난 선급하게 꿈의 계획을 세웠을 뿐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고, 피를 짜내는 고통의 노력은 더더욱 없었다. 엉덩이의 굳은살이 배기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이야깃거리를 생각을 해봤느냐?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면. 'NO!'. 쓰다 생각이 막히면 그대로 덮어 버리기 일수였다. 아웃풋을 위해 진정한 인풋은 없었고, 한주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조차 버거워 돈도 안 생기는 두뇌 노동을 왜 하는 거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날이 많았다. 연말이 다가오니 서서히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같은 꿈을 향하던 작가 지망생이었던 이웃들이 멋진 작가로 탄생함을 지켜보며 일 년을 허송세월만 보낸 것 같아 아쉬움에 새벽 이불 킥을 차 댔다.


오늘 아침 같은 꿈을 좇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단톡방에 새로운 출간 소식이 전해졌다. 배알이 꼬였다. 손가락은 축하한다고 썼지만, 내심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 마음이 급해지니 컨설팅받으며 글을 써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용솟음쳤다. 하지만 남편에게 손 벌리기도 싫고, 이미 백수로 좌천된 내 삶에 그런 비용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내 처지가 딱해졌다. 오히려 그런 나 자신에게 스스로 위로를 보내며 질투에 더 깊이 휘감겼다. 하지만 5분... 10분... 30분...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이 한심했다. 글을 쓰기로 시작한 올해 초부터 투고에 1000번 떨어져도 1번의 기회를 노리자며 혼자서 열심히 해보자던 스스로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으면서 질투에 휘감겨 있던 자신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졌다. 그분의 노력을 알고 있으니 잠시나마 질투에 눈이 멀었던 나 자신이 더욱 작아졌다.


지금까지 한 번의 투고도 해본 적 없는 내가 과연 책을 내려고 했던 마음가짐을 제대로 장착은 한 것인지. 성공한 자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치열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그들에 노력은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결과만을 보고 내 감정을 끼워 맞춰 질투를 해댄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얼마 전 읽었던 [모든 관계는 나에게 달려 있다.]에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게 되면 부러움과 질투가 생겨나는 감정은 당연하며, 이미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이라면 질투보다 부러움을 갖어라!라고 쓰여 있었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맞는 말이다. 같은 꿈을 향해 달리는 분들의 연달아 들려오는 출간 소식은 진심을 담은 축하를 보내는 동시에 내게는 동기부여와 자극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선급해서 계획을 못 세웠고, 선급해서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다시 달라져야 한다. 선급하지 않고, 계획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내 인생에 냉철한 마음가짐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이겨내는 치열함으로 자신을 꽉 채워야 함을 매일 다짐하길.


오늘 이 글도 선급함에 쓰는 것이 아님을! 다시 시작! 다시 앞으로! 연말이 끝이 아닌 시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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