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에겐 짠돌이가 되는 남편

보너스의 효과는 오래간다

by 빅토리아

몇 년 전부터 동해안 해파랑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 홀로 완주한 친구가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원래 걷기를 좋아했지만 해파랑길처럼 긴 코스를 굳이 걸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 뭐... 동네 산책길도 좋고 서울둘레길도 거의 다 걸었는데. 그 먼 동해안을 걷으려면 왔다 갔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하면서 주저했다. 그런데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고 목적 있는 과정이 필요해 과감히 혼자서 1박 2일씩, 혹은 동행을 만들어 2박 3일씩 걸어오고 있다.

어느 땐가 같이 간 J여사가 걷는 도중 멋진 카페가 나오면 꼭 자신이 커피를 사야 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 그냥 마셔요 기분 좋게. 울 남편이 내가 해파랑길 같이 걷는다니까 봉투에 돈을 주면서 커피 같이 마시라고 했어요. 내가 여행 갈 때면 꼭 친구들에게 커피사라며 봉투에 소액을 넣어주대요. 고맙게됴"


나는 생각했다.


'이런 남편도 있구나. 와이프에겐 생활비 이외의 보너스는 일절 안 내놓는 울 남편과는 다르구나. 좋겠다 J여사는'


부부로 살아온 세월도 각각 다르고 경제능력도 저마다 다르고 현재 부부의 생활비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또는 부부사이의 경제주도권도 어디에 있는지도 다르기 때문에 J여사 남편을 막연히 치켜세우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부인과 나이차가 많은 고령의 J여사 남편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늘 부인을 늘 다둑인다고 하는 걸 보면 제대로 나이 든 남자임에 틀림없다. 참고로 이들은 맞벌이 부부였다.


또 다른 부부의 예다.


" 울 남편은 잘 버는 아들, 며느리, 우리보다 더 잘사는 동생들에게 밥도 사고 돈도 척척 잘 주면서 나한테는 한 푼도 안 줘. 나한테 좀 더 보너스를 주면 내가 더 잘해 줄텐데... 남자들은 왜 그걸 모르는지 몰라. 달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기분 좋게 보너스처럼 주면 나도 줄 수 있는데 말이야"


이 친구는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으니 남편이 보기엔 본인보다 더 돈이 많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내 주위의 연금받는 여성은퇴자의 대부분은 이 친구처럼 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늙은 남자는 돈이 힘이다.

늙은 자신을 내세울 때 돈이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뭔가를 줄 때 어깨가 올라가는 자신만의 자존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전업주부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비슷하다.


" 이 나이에도 내가 남편 앞에서 살살 아양을 떨어야만 호주머니가 열려. 이 나이에 얼마나 치사한 지 몰라. 나도 감정이 있고 참다가 한소리 하면 그때부턴 딱 필요한 돈만 줘. 지 기분 안 맞춰 주었다고... 안 살고 싶다니까"


어쩔 수가 없다.

돈은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업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원시키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그 기저에 자리 잡고 있어 전업주부들이 자신의 권리를 과감히 주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대가 변화하고 여성도 경제적 능력을 많이 갖추고 있고 젊은 부부를 보면 우리 때와 너무 다르게 서로의 재산을 각각 관리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부부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

부부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서로 더 신뢰하고 정서적 교감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건 나의 생각일 뿐이다.


부부관계는 제삼자는 도저히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우리나라 남편들. 특히 60대 이후의 고령의 남편들은 와이프를 경제권으로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이 많은 편이다. 얼마나 어리석은지...


나처럼 나이 든 여자는 남편에게서 보너스를 받을 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진다. 고령의 남편이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나? 푸하하하

가장 쉽게 와이프의 마음을 다둑이고 달래고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이 소액의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와이프가 여행갈 때, 와이프가 감기 걸려 고생하고 난 후에, 명절음식을 만들고 난 후 힘들다고 할 때 등등.

뭐가 그리 어려운가?

식당에 서비스하는 젊은 종업원들에게도 척척 돈을 쥐어주는 남자들 아닌가? 하긴 나도 중년의 여성종업원들 보면 팁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종종 하는 편이긴 하지만. ㅎㅎ


그래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서로의 애환을 나눈 부부라면 서로에게 소액의 보너스를 가끔씩 주고받는 그런 시간들을 가지길 권한다. 그래서 나는 몇 번 보너스를 주기도 했다만서도.


울 남편은 언제 철들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