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ket list.
버킷리스트란 단어가 유행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특히 잭 니콜슨이 주연한 영화 <버킷리스트> 이후 더 유행한 단어이기도 하다. 꼭 영어로 표현해야 한 그 느낌이 더 와닿는다는 것이 불편하지만.
휴가 때, 연휴 때 세계 여러 나라를 틈틈이 다니던 딸애는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사하라 사막에서 밤하늘을 보는 거라 했기 때문에 이번 모로코여행에서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회사를 비우기 때문에 처음엔 1주일만 연차를 내려다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3일 이상이라 과감히 2주 동안 다녀오기로 결정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카사블랑카에서 사하라까지는 꽤 먼 거리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사하라만 보고 오기엔 그 먼 아프리카까지 왕복하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사하라 사막.
여행플랫폼에서 사하라사막 투어는 꽤 많이 있지만 보통 1박만 하는 경우가 많다. 모로코가 우리나라보다 7배나 큰 면적을 가진 나라고 카사블랑카는 서북쪽, 사하라사막은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만일 사하라사막만 간다면 국내선을 이용해서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근처에 공항이 있는 걸 보았기 때문에 추측한 것이다. 귀국 후에 모로코 국내선에 대해 좀 알아보았다. 모로코 전국 투어를 하면서 좀 힘들었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너무 긴 구간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구간인 사하라에서 페스까지 (차로 9시간)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인지는 자신이 없음
메르주가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사막주행용 지프차로 30분 정도 사막을 지난다.
원래를 낙타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들어가는 텐트 호텔이지만 딸애의 디스크증상으로 도저히 낙타는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드라이버는 계속 낙타를 타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막의 1박 요금에 낙타 타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다.
사하라사막이 아프리카 면적의 1/3 이라지만 1박만으로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메르주가 근처 사하라사막의 입구엔 꽤 근사한 듄이 있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사막텐트가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엔 듄이나 사진에서 보는 아주 멋진 풀 하나 없는 사막의 풍경은 보지 못한다.
사하라에는 500여 개의 호텔이 있다 한다. 우리는 그중 중급 정도 가격으로 예약한다.
부상으로 여기저기 다녀오기가 불편한 터라 텐트 근처 낮은 모래언덕에만 올라 일몰을 구경했으나 텐트 근처에 사막에서 자라는 나지막한 풀들이 자라고 있어 신기한 사막만의 풍경은 즐기지 못했다.
해가 지자 모래도 차가워지고 서늘해져 밤하늘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옷과 담요를 챙겨 나와야 했다. 텐트는 한 10동 정도인 테 영국인, 인도인 가족 단위로 와 사막을 구경한다.
저녁식사 후 장작을 피우고 텐트관리자들이 노래도 불러주는 이벤트도 하지만 밥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겐 그렇게 신나는 일은 아니었다.
장작이 환하게 타고 있음에도 다른 곳은 거의 깜깜해 하늘의 별은 다행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도 하늘이 별이 잘 안 보일 수 있다고 하던데 북두칠성도 찾아보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많은 별들의 이름은 알아도 사실 잘 찾을 순 없지 않은가?
서울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일은 거의 없다. 밤에 잘 나다니지도 않고 나가더라도 차를 타거나 모임 때문에 나가기 때문에 메마른 정서를 가진 나는 밤하늘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한참 동안 밤하늘의 별을 보며 '여기는 사하라 사막, 다시는 못 올 텐데...'
그리고 딸과의 귀중한 시간.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버킷리스트 하나 지우는 일. 딸애의 다른 버킷리스트는 무엇인지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딸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하룻밤으로는 사막의 그 황량함이 주는 멋진 풍광을 다 누릴 수 없었고 누군가의 사진으로 본 듄에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사하라사막의 밤하늘을 같이 보며 얘기 나눈 모녀는 오랫동안 그 시간을 추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