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여행스타일이 다르다.
일주일 이상의 해외여행을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같은 버스로 이동하는, 별 일 아닌 일처럼 보이는 일상에서도 서로 부딪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친한 친구끼리 오랜 여행은 같이 가면 안 된다고 조언을 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두 모녀의 여행은 이번 모로코가 3번째다. 스탠바이 항공권 사용기간은 6개월이라 이집트, 몰디브에 이어 모로코다.
직장생활 10년을 넘긴 딸과 30년 직장생활에서 퇴직하여 유한마담으로 10년을 지내온 나이 든 엄마인 나.
두 사람의 나이차만큼 생각이나 돈의 씀씀이나 생활스타일이나 여행스타일이나 무엇 하나 다르지 않은 것이 있을까?
하지만
2번의 여행에 동행하면서 나는 거저 딸이 하고자 하는 걸 거절하거나 막질 않고
"딸 하고 싶은 거 다 해. 나는 걍 따라다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지 호호"
정말 그런 마음으로 3번의 여행을 같이 했다. 물론 여행경비도 내가 좀 더 많이 부담하고. 하지만 모든 여행계획이나 일정은 딸이 다 시간 내 짜고 정말 모든 걸 다 세팅했다. 이 일이 참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는 걸 나는 정말 잘 안다. 딸이라도 너무 고마운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것이다.
디스크가 나와 잘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모녀가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면서 버스는 탈 수가 없었다. 앉아 있을 수 없는 딸은 택시 뒷좌석에 누워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 현지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우리나라와 다른 시스템을 재미있게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싱가포르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꼭 손잡이를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했다. 우리나라 에스컬레이터는 너무 느리다고 탈 때마다 나는 속으로 불평한다. ㅎㅎ
모로코의 택시는 petit taxi라고 쓰여 있다. 불어로 작은 택시, 물론 시외를 연결하는 큰 택시의 gran taxi도 있다지만 우리는 타질 못했다. 쁘띠 택시는 합승이 가능한 택시다. 그래서 타고 가다 보면 사람이 택시를 세우고 행선지를 말하면 기사는 방향이 같으면 합승을 시킨다.
아마 우리나라도 오래전 합승이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 시민들의 불만이 있어 지금의 합승불가 택시로 정착이 되었지만. 요금도 미터기를 다시 눌러 행선지가 다른 두 승객의 요금을 다르게 계산하는 듯했으나 관광객에게는 미터기를 누르지 않고 무조건 50 디르함으로 내라고 막무가내로 우긴다. 10분 이상 달려도 사실 10 디르함이면 충분하다는 걸 경험상 아는데도 도리가 없어 지불했다. 모로코~~ 아프리카~~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까지는 기차로 간다. 이미 서울에서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갔다. 모로코 기차 예매를 위한 앱 ONCF를 이용한다. 현지에서 알게 된 건 이 앱의 수수료가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다. 물론 편리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현지에서 다시 사용하려니 카드결제가 안돼 기차역으로 가서 티켓을 사야 했다.
폰으로도 결제가 안되고 5성급 호텔의 비즈지스컴퓨터로 접속해도 연결이 잘 불가해 탕지르에서 카사블랑카까지 고속열차로 이동하기 위해서 기차역으로 갔다. 탑승권 구매를 위한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려 했으나 꼭 카드결제에서 안 되는 것이다. visa, naster는 가능한 기계인 데로 불구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대면으로 승차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본다. 왜 기계에서는 못 사느냐고?
직원이 하는 말, 나도 몰라요. 아무튼 모로코 기차는 이용자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산 기차표는 1등석 11호차. 모로코 기차는 1등석, 2등석 그리고 일반석으로 분류된다.
딸은 열심히 직장일을 했기 때문에 여행에서는 힘들게 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버스가 아닌 택시로 시내를 이동하고 호텔도 되도록이면 고급호텔을 선호한다. 나는 5일 여행이면 4일은 airbnb 하루는 3성급 이상 호텔에서 잔다. 현지친화적이고 싶고 또 경비도 아끼고 우리 60대는 말 그대로 절약세대로 살아왔기 때문 아닐까나? 하지만 나도 이제는 부산까지 특실로 다니는 유한마담인지라 1등석 so why?
암튼 우리나라 기차역에서는 승객이 타는 기차번호가 있어 우리는 그 번호 앞에 서면 기차가 와서 정차하고 승객은 그 번호의 기차를 타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우리가 타는 11호차가 서는 곳에서 들어오는 기차를 보는데 기차번호가 전혀 달랐다. 1호차, 2호차가 아니라 23호차 뒤엔 6호차..... 1호차, 2호차는 아예 없는 것이 아닌가?
딸이 잘 걸을 수가 없어 11호차가 정차하는 곳에 섰건만 11호차 번호판을 단 기차는 없었다. 순간 당황하여 승객에서 물었더니 마라케시 가는 기차는 맞다고 해 무조건 일단 탄다. 그 무거운 가방은 도움을 받아 몰리고.
도대체 11호차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승객에게 1등석의 위치를 물으니 서로 말이 다르다. 뒤쪽인가? 앞쪽인가? 그들도 자세히 모른다. 일반석은 우리 기차의 좌석구조와 비슷했고 2등석은 객실유형이라 유럽식이다. 좁은 통로에 큰 가방은 두 개, 딸은 잘 걷지도 못해 좀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직원을 만나 안내를 받아 이동을 한다. 2등석을 지나 일반석, 또 2등석을 지나서야 일등석 객실이 나왔다. 거의 장애인 수준의 딸을 보고 직원은 우리의 가방을 우리 객실까지 잘 옮겨 주기 위해 좁은 통로의 여러 개의 기차객실을 통과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기차번호대로 기차가 배열되는 좋은 나라. 기차번호대로 기차가 정차하는 나라에 사는 나는 딱 그만큼의 시스템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늘 하던 대로만 생각하고 움직이지 말자.
인간의 두뇌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위해 뇌세포가 열심히 움직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오랫동안 뇌세포가 늙지 않아 맑은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그렇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온 여러 가지 편리한 시스템에서 잠시 벗어나 살짝 당황하며 다른 시스템의 나라를 경험하는 거. 여행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종종 모로코사람들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며 양손을 들어 올리는 제스처를 한다.
here is moroco, africa~~
오케이~~ 불평 안 하고 우리가 잘 적응하며 여행 다닐게요. 하고 속으로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