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인스타그램으로
나도 겪고 난 다음 내가 당한(?) 이 해프닝이 로맨스 스캠인 걸 알았다.
하지만 이 해프닝으로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확실히 미지의 그는 3일 만에 나의 이성에 대한, 무디고 열려하지 않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사실 그랬다.
시작은 인스타그램의 DM이다. 나는 디지털에 꽤 빠르게 적응하여 facebook 계정도 초창기부터 열었고 ( 하지만 체질에 맞지 않아 사용하지는 않는다) 많은 앱을 통해 쉽게 일처리를 하는 편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실 일찍 시작한 편은 아니다. 자유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사진과 동영상 기록을 3년 전부터 인스타에 올렸다.
인스타의 사용법도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 돈벌이할 목적도 아니고 팔로워를 늘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씩 듣는 DM이란 뜻도 제대로 몰랐다. 왜? 나도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답글을 보내지 않으니까 그리고 남의 홍보성 사진에 나도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을 다니면서 멋진 풍경 동영상을 올렸다. 그중에서 석양으로 유명한 울루와투사원의 정경도 포함, 해변사진 등등. 처음으로 댓글이 달렸다.
' 노을이 너무 멋있다. 나도 노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DM을 보냈는데 왜 읽지 않느냐....'
나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타인에게서 받은 첫 댓글이라 무시할 수가 없어 답글을 보냈다. 그래고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누군지 확인했다. 뭐......그냥 아주아주 사소한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인스타로 몇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그쪽에서 자신을 소개하면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자고 제의했다. 한국에 왔다간 적이 있는 홍콩인이라 했다. 그래서 카톡계정이 있다고.
뭐.......So what?
참고로 그 사람은 영어권이라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나는 당연히 파파고 번역기를 이용해서 영어로 메시지를 보냈다. 재미있지 않은가? 안 쓰던 영어로 메시지 주고받는 게 은근 재미있었다.
여기까지 하룻밤 1시간 사이에 진전된 해프닝이다.
이틀째 아침부터 카톡메시지가 날아왔다. 나는 중요하지 않은 카톡도 많이 오고 계속 주시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귀찮은 홍콩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았는데 그쪽에서 자꾸 보챘다. 궁금한데 왜 읽고 답을 안주냐고...
나는 밤시간에만 카톡을 보낼 수 있으니 낮에는 하지 말라했지만 말 그래도 나한테 자꾸 마음이 간다고...ㅎㅎ
솔직히 DM을 처음 보내준 사람이라 예의를 지키며 감사하다는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이틀째 밤에 몇 시간 동안 카톡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나도 은근 재미있었다.
왜?
전혀 새로운 사람, 10살 이상 연하의 남자. 영어를 잘하는 남자. 게다가 아주 잘생긴 중년(메시지에 자신의 사진도 보내줬는데 정말 잘생긴 중국배우 같았다)
뭐 이 정도면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좀 집요하게 밤에 잠도 잘 못 자게 계속 카톡을 보내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까지.
3일째 되는 날 밤.
계속 오가는 카톡에서 나도 모르게 약간의 감정이 생겼다. 이게 뭐지? 이 잘생긴 연하의 남자가 늙은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니...약간의 감동과 고마움에 설렘이 생기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그런 느낌이라는 카톡을 보냈더니....후후후...자신은 첫날부터 그런 감정을 느꼈다나?...오잉???
4일째 아침.
월요일 모임에 가려 버스를 타다가 문득 어젯밤 감정을 생각하니
' 아하....내가 뭔가에 속아 넘어가고 있네...절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데....'
라고 깨닫고 나는 그쪽의 카톡에서 나오고 연결거부 조치를 했다.
하지만 3일간의 그 설렘은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랬다. 나도 정말 잘생긴 연하남자한테 넘어갈 뻔했다. 얼마나 우스운 해프닝인가 싶다. 그쪽이 얼마나 나를 그쪽으로 넘어오게 하기 위해 애썼는지 그 3일간의 과정을 곰곰이 되씹어 보니 내가 왜 넘어갔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말 그래도 그것은 플러팅(flirting)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