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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 Jul 21. 2024

<나, 블루칼라 여자>를 읽고

그래도 견뎌낸 그녀들에게 박수를

  나는 도서관에 가면 신간코너에서 책을 고른다. 어떤 도서관은 신간코너가 아주 잘 정리되어 한눈에 어떤 종류의 책인지 알 수 있는데 새로 리모델링된 도서관일수록 그렇다.  역시 오래된 도서관은 그런 배려 없이 신간코너에서 열심히 읽을 만한 책을 스스로 골라야 한다.  오늘 내 눈에 띈 책은 <나, 블루칼라 여자> 글쓴이는 박정연.

블루칼라. 몸으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

요즘 들어 일종의 블루칼라직종에 속한 이들이 쓰는 책들이 종종 출판되고 나는 이들의 책을 찾아 읽는 편이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책 쓴 이들은 대체로 처음부터 이런 직종에 종사한 이들이 아니라 화이트칼라였다가 블루칼라로 직업을 바꾼 이들이다. 사실 글쓰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글을 쓰는 재주뿐만 아니라 글을 쓸 시간도 필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출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그들의 삶을 들어주고 글로 써 그 세계를 알게 되어 나는 이 책 속에서 그녀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고충이 무엇인지, 어떤 형태로 그녀들을 힘들게 했는지가 흥미로웠다.


1. 여자화장실 부재

  1983년 내가 처음 발령받은 곳은 지방소도시 남자중학교였다. 그 학교엔 여교사 화장실이 없었다. 남자소변기가 있는 화장실을 같이 사용해야 했다. 그 시절은 그랬다. 남자중학교에 여교사가 근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그것이 여자화장실은 필요치 않았다는 이유.

이 책의 그녀들은 50대 여성이 주류다. 이전엔 아예 여자화장실이 없던 건설현장은 지금도 여자화장실은 가까이 있지 않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는다 했다. 컨테이너 운전하는 항구에도 화장실 사용은 힘들다 했다.  일단 이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정말 몇 명 안 되기 때문에  비용측면에서 만들길 꺼려하는 듯했다. 하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따르는 법이긴 하지만.


2. 남성중심적 직업군

컨테이너 운전, 용접공, 건설현장 작업반장, 레미콘 운전수 등등 정말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을 법한(?) 이 직종에 뛰어든 그녀들은 의외로 쉽게 적응을 하고 또 그 직업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남성중심적인 직업군이자 조직체라 늘 열외로 임금과 취업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0년 이상 버틴 지금은 남성들과 같은 일당을 받고 있다. 그녀들은 그 직종에 거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이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직종뿐만 아니라 기술로 하나의 전문인으로 대우받는 많은 여성들이 생겨나 오랫동안 자부심으로 사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3. 남녀차별적 언행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

여름 날씨에 빙수를 간식으로 주는데 우유가 떨어져 우유 없는 빙수만 가져온 남자동료가 이렇게 말한다.

" 그 젖 좀 짜 넣어주면 맛있게 먹겠는데..."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책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블루칼라여자들이 겪는 고충은 남자동료들이 그녀들을 마치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상한 권위의식으로 대했다는 것이다. 그녀들의 상사도 아니고 그녀들과 같은 지위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후후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블루칼라 직종에서는 아직 요원한 바람일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수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도 아직 바뀌지 않아 초기진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곧 화이트칼라 직종보다 훨씬 더 오래 일하고 돈도 많이 벌고 대우받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젊어서 너무 힘들게 일하면 몸이 망가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녀들의 삶을 조명하고 직업의 애로사항, 남녀차별적 조직문화 등등을 인터뷰를 통해 서술된 책이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답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남성중심적 사회이지만 양성평등사회가 될 미래는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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