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근거리는 앞집 남자
나의 지인 중에 남편과 사별한 이가 2명 있다.
R의 남편은 욕실에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가는 도중 사망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40대 초반.
K의 남편은 연구실에서 쓰러져 병원에서 거의 뇌사상태로 3년을 보내다가 사망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40대 후반.
둘 다 부부사이가 좋았으며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고 그녀들은 지금 다 60대이다.
R과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그 이후에도 가끔씩 만나 서로 사는 얘기도 나누는 사이였다. 한동안 우리는 그녀의 그때 상황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녀 또한 자세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R은 그동안 그녀가 겪였던,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그녀가 당했던 일종의 성희롱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나는 그때 그녀의 얘기를 듣고
" 아니 ...정말 그랬다고요?" 하고 놀랐다. 그리고 그때 나의 나이 50대 초반.
세상을 안다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는 나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그 나이에도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건, 남성종족이 남편이 없는 여성에 대해 얼마나 본능적으로 추근대는지였다.
" 아파트 앞집 남자랑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내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더니 힘드시죠...하더라구요. 서로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이긴 하지만 남편이 죽은 후 갑자기 나를 보는 눈빛이 전과 다르고 내 몸에 은근슬쩍 터치를 하는데... 얼마나 황당한지...."
"사무실에서도 같이 근무하는 부장도....밤에 외롭지 않느냐...술 한잔 하고 싶으면 자신을 불러라...고 문자를 보내질 않나...예전 사별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남자들이 추근거려요"
" 회식을 다 같이 하고 헤어졌는데 그중 한 남자의 부인이 자기 남편과 둘이서만 먹은 거 아니냐고 따지는 문자도 받았어요"
" 내가 남편이 없다는 그 이유만으로 주위 남자들은 나를 쉽게 대해도 된다는, 본능적인 욕구를 쉽게 입에 올리기도 하더라구요"
"미망인이 왜 미망인인지...세상에서 보호받아야할 사람인데 당해보지 않은 여자들은 이해 못 할 거예요. 정말"
K는 40년 만에 만난 대학동기였다. 사별한 얘기는 다른 친구를 통해 들었는데 지하철 같은 칸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같이 밥을 먹기로 하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지난달 둘이서 브런치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나는 R의 얘기를 하면서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정말 조용하고 말수도 적은 친구다. 그렇게 친하지 않은 관계지만 나는 그녀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을 거란 추측을 했는데...그녀 또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다.
남편이 입원해 있는 동안 가족끼리 다 알고 서로 부부동반여행도 같이 다녔던 남편 회사동료가 신경 써주고 걱정해 주고 도움도 줘 고마워했는데... 그 남자는 결국 K에게 '한 번 하자'고 했다 한다.
결국 나는 이런 결론에 얻게 된다.
세상은 동물의 세계다. 그중 남성종족은 여성종족에 비해 훨씬 더 동물적 본능에 충실하여 인간세계의 윤리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 남편을 잃은 미망인은 기독교나 불교나 이슬람교에서도 모두 잘 대해줘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미망인들을 누구나 가볍게 여겨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남성종족들에게.
우리 여성들은 남성의 본능에 대해 참 모르는 것이 많다. 사회적 윤리나 도덕적 윤리보다 더 앞서는 건 종족본능이다. 그건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걸 알아야 한다.
학식이 뛰어나도, 인간성이 좋아도, 친절해도 우리는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라는 걸.
그래서 앞으로도 인간에 대한 연구, 남성종족에 대한 연구는 더욱더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 여성들도 남성들의 실체를 좀 더 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4.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