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극우세력을 꾸준히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저한 책 <광장 이후>에서 극우정당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① 당의 공식 목표와 정강·정책이 극우적이다 ② 극우적 정치활동을 하고 극우단체들과 협력한다 ③ 극우적 정치인들이 당의 권력구조 상부에 있다 ④ 극우적 유권자들이 당의 주요 지지기반이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은 ①만 비극우적이며 나머지 부분에서는 극우 성향이 분명한 정당인 셈”이라고 했다. 당의 다수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 등 음모론으로 선거제도의 정당성을 훼손하며, 법원 난입을 정당화하고, 극우단체들과 공동행동을 해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한길 현상’은 단순히 팬덤 정치 차원의 이슈가 아니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제1야당이 극우 망상 세력에 ‘접수’ 당했다는 뚜렷한 증좌다. 당 지도부도, 소속 의원도 아닌 유튜버 1인의 행태를 두고 ‘접수’라고 하는 건 과도한가.
그렇다면 김민수 최고위원은 어떤가. 김민수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선고한 윤석열 파면 결정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은 민주당 탓이라고 주장하며 내란을 옹호하고 있다. 급기야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장동혁은 스스로 친윤도 극우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전한길에 대해서도, 김민수에 대해서도,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도 입장이 모호하다. “잘 싸운 의병”(전한길) “각자 다양한 입장과 의견은 가질 수 있다”(김민수) “특정인을 오지 말라고 할 순 없다”(전광훈) 식이다. 친윤·극우와 분명하게 선 긋지 않으면 그사람도 친윤·극우다.
‘윤석열 면회’ 여부를 두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결정을 하겠다”며 물러섰지만, 그 정도 제스처로는 충분하지 않다.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과는 단호히 결별해야 마땅하다. 지도자는 자신이 한 일은 물론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눈치 보며 방관하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
전 세계 극우 세력의 확장을 파헤친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는 2021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인 카스 무데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극우 정치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아직까지 극우 정당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나라들이 있다 해도 수요 문제라기보다 공급 문제일 뿐”이라고 썼다.
‘K-민주주의’를 상찬하는 분들께 말하고 싶다.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탁월하지만, 민주주의의 구조적 기반은 튼튼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56%가 지지하는 정당이다(한국갤럽 조사). 명실상부한 ‘보수의 대표선수’가 사실상 극우세력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다. 분당설도 거론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가능성은 낮다. 혹여 당이 갈라진다 해도, 떨어져 나간 당이 국민의힘을 넘어 대표선수가 되긴 쉽지 않다.
이제 한국 정치에서 극우는 ‘상수’를 넘어 ‘주류’에 진입했다. 정치학자인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자만’이라는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자만의 덫은 극우를 키울 것이다. 전한길 현상은 해프닝도 소극도 아니다.
-경향신문, 2025.9.1. 기사 <전한길 끌고 장동혁 따르는 ‘극우 국힘’ 앞날은> 중에서
민주주의도 인권도 지켜내고 확장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도 인권도 완전하지도 완결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늘 반인권과 반민주주의의 가능성에 열려있기 때문이다.
지켜내는 만큼의, 민주화하는 만큼의, 확장하는 만큼의
그만큼의 인권이, 민주주의가 존재할 뿐이다.
2025.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