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MBC는

by 영진

오는 15일은 오요안나 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죽은 지 1년 되는 날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MBC는 공식적인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한 유족의 요구에도 응답하고 있지 않다. MBC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유가족이 단식에 들어간 이유다.


장 씨가 딸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세상을 떠난 지 3개월 지난 고인의 핸드폰에 쓰인 글과 녹음을 보면서였다. 그는 딸이 입사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선배 때문에 힘들다고 했을 때도 참으라고 타일렀으나 이렇게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유족은 회사와 고용노동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프리랜서라 해당되지 않는다는 허망한 답이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오 씨가 프리랜서라 MBC 정규직의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업무에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노동자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고인은 계약만 프리랜서일 뿐, 실제로는 MBC의 요구와 지시에 따라 기상캐스터로 일했다. 그의 노동시간은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었으며 근무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 않았고 정규직인 파트장이 기상캐스터의 원고를 검토하는 등의 지휘, 감독이 있었다.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오요안나 씨가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MBC의 기상캐스터가 됐을 때 비정규직 프리랜서인 줄 몰랐다"고 했다. 공채로 뽑혀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는 달랐다.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인 오 씨의 월급은 건당 계약이라 최저임금에도 못미쳤다.


오씨를 비롯한 프리랜서 계약직들은 더 적은 급여를 받으며 정규직과 회사의 지시와 눈치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그렇듯 4대 보험도 없다. 산업안전법 상의 보호대상에서도 빠져있다.


방송국은 수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있는 차별의 공간이다. 언론단체 엔딩크레딧이 202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송 비정규직의 '폭행·폭언' 경험은 33.3%로 직장갑질119가 조사한 직장인 괴롭힘 경험의 2배(17.2%)에 가깝다. '따돌림·차별'도 39.8%로 직장인 평균(15.4%)에 비해 2.6배 높았다. 위계와 차별이 많은 조직일수록 상급자나 권한이 많은 사람들이 괴롭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용 형태에 따른 위계를 양산하고 있는 방송국의 고용 행태가 문제다. 오 씨가 겪은 괴롭힘은 프리랜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방송국이 만든 구조적 괴롭힘이다. 즉, 고인의 죽음은 구조적 괴롭힘에 의한 죽음이다.




유가족의 요구는 명확하다.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명예사원증 수여 등 명예 회복과 유족에 대한 예우, MBC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규모 및 실태 전수조사와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등 방송국 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이다. 회사는 아무 답이 없다. 이에 장 씨는 과거 큰 사고를 당해 아픈 몸이지만 단식에 들어갔다.


곧 1주년이 다가온다. MBC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서둘러 유족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도 개정하고, 노조법도 개정하고, 방송국에서 더 이상 프리랜서 비정규직을 쉽게 쓰지 않도록 규제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 그 첫발은 MBC가 프리랜서로 있는 기상캐스터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길 바란다.


-프레시안, 2025.9.12. 기사, <아직도 유족이 곡기를 끊어야 하나> 중에서



2025. 9. 12.




아직도 유족이 곡기를 끊어야 하나

오요안나 어머니 단식 외면하는 MBC…"공영방송 탈 쓴 지상파조차 이렇게 뻗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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