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통은 개별적이고 주관적

by 영진

사람은 동일한 상황에 처했어도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강도의 감정을 느끼지 않아요. 우린 기계가 아니니까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공감의 모양도 다 달라요. 심지어 피해 당사자인 경우에도 당장 슬픔이 느껴지지 않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은 너무 힘들겠다고 말하며 걱정을 해주지만 정작 당사자는 비현실적인 사건을 겪은 터라 오히려 더 무덤덤하기도 해요. 그러다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날부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갖는 슬픔의 스펙트럼은 정말 다양합니다. 우리가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지요. 그러니 유가족−생존 학생과 그 부모−희생 학생의 친구들−이웃순으로 고통을 줄 세우는 시선은 뜻밖에 자기 상처를 덧나게 하고 타인의 고통에 소금을 뿌리기도 합니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요. 고통과 슬픔에 대한 인식이 또 다른 고통을 낳는 겁니다. 모든 고통은 개별적이고 주관적입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고통을 견디고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혜신, <애도연습> 창비 2024, 38쪽.



2025.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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