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말 참 쉽게 한다
지금은 한국에 없는 이국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타지살이를 하고 있는 아는 동생이 나에게 어느 땐가 한 말이다. 아마도 자신은 심각하고 걱정되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대수로운 일이 아닌 듯 건성으로 대하는 듯 했었나 싶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말이다. 내가 말을 쉽게 한다니. 그 말을 들었을 때 즈음에는 진지함이 제법 옅어진 때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지眞摯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였던 나에게 말을 쉽게 한다니.
그 말을 듣고도 나는 말했다. 걱정하지마 다 잘 될 거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걱정하는 그에게 대책 없는 낙관으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 한 여인에 대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항해해야 하는 마음을 나는 헤아려주지 못한 것일까.
그가 워낙 평소에 성실하게 생활했기에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다 잘 될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었는데 서운한 마음이 들었었나 싶다. 평소 싫은 소리 싫은 내색을 잘 하지 않는 그였기에 형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가 떠나고 한 해 두 해 시간이 갈수록 ‘형은 말 참 쉽게 한다’던 그 말이 뇌리에 스치곤 하는 것이 그의 서운한 마음만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마도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괜한 걱정으로 불안해하지 않으려는 방어전략 아니었나 싶다.
의도했던 안 했든 그 ‘말 참 쉽게 하는’ 방어전략을 여전히 오히려 더 많이 구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 잘 될 거라는 말은 기본이고 하는 만큼 하는 거라든지 되는 만큼 되는 거라든지 대책 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것이다.
아마도 현실이 점점 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숲과 같아질수록 그와 같은 대책 없는 방어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고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긍정의 에너지, 객관적 가능성, 근거 있는 낙관, 현실적인 소망’과 같은 설득력도 갖춰가면서 말이다.
2025.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