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될 필요는 없다

by 영진

정서의 공허인 줄도 모르고, 나는 지금 배가 고픈 것 같아. 착각하며 음식을 찾도록 지시하는 뇌의 생존 방식이 안쓰럽기도 하다. 빈 곳에 뭐라도 채워 넣으려는 그 본능이. 우리는 살찐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사실은 그저 마음이 많이 고팠던 것일 수도 있으므로.(감정적 허기(Emotional Hunger)



그렇게 서로의 세상에서 어렵게 빠져나갔다고 해서, 그간 함께한 시간이 없었던 일이 되거나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흔적이 남는다. 이별의 과정이 쓰라렸기에 차라리 함께였던 시간의 온기를 몰랐던 게 좋았겠다는 투정을 부려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실의 순간이 그토록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건, 상대가 그만큼 내게 따뜻했고 커다랗고 듬직한 존재가 되어줬었다는 사실을 반증함을 안다.(상실에 대처하는 방법)



향에 대한 감각은 이성적 판단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향을 맡았을 때 순식간에 어떤 시절이나 장면이 펼쳐질 때가 있다. 향은 무형(無形)이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특정 기억을 불러일으키는데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문득 바람에 실려온 라일락 향에서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동네 친구들이 떠올라 아련해지기도 하고.(고소한 정수리 냄새가 나던)



피해자라고 해서 꼭 순수하게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가해자라고 해서 모두가 다 사이코패스처럼 재미로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AI가 판사의 판결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잔혹한 범죄 행위 이면에 자리한 인간성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 노인을 향해 살인자라고, 쉽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80대 노인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



위증죄로 조사받는 사람에게 "법정에서 왜 거짓말을 했는가요" 하고 물어보면 "기억이 잘 안 납니다."라고 대답한다. 거짓말을 한 죄로 불려와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 또 거짓말을 한다. 비록 백 퍼센트 완전무결할 순 없을지라도, 세상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있을 정도 만큼은 정직하게 살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최소한 그 정도는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우리는 왜 거짓을 말할까)



다이어트를 하면 한다고 할 텐데. 나는 거짓말이나 빈말을 안 하는데. 보다 직접적인 이유인, 아 제가 사는 낙이 없어서 유일한 장점이라는 먹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약 부작용으로 공교롭게 식욕 감퇴가 있어요.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픕니다. 아무 욕구가 안생겨서 그렇습니다. 저랑 몸과 영혼을 바꿔서 살아보시겠어요, 제안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재수 없는 이야기)



보편적 기준의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강요하고 혼자인 사람을 딱하게 여기는 시선이, 보이지 않는 폭력성을 전제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양의 사람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고. 굳이 부자연스럽게 전형적인 사회성이라는 틀 안에 억지로 고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량한 타인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다.(사회성 결핍증)



이 고집스러운 루틴의 반복이 폐쇄적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한다. 영역의 확장은 모험을, 모험은 실패의 위험을 수반하므로. 안전하고 익숙한 작은 루틴세계에 꼭꼭 숨어서 나만의 소꿉놀이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하게 된 거였다. 언젠가 이 루틴을 벗어나 어떤 확장이나 변주가 필요할 날이 올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루틴(routine)의 안정)




2025. 11. 27.




문장 출처 - Ubermensch의 브런치스토리 괄호 안은 글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