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삶의 원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구분하되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구분은 하되 분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와 너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구분해야 하겠지만 나와 너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나와 너를 구분한다는 것은 둘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등의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우리가 각자 다른 그대로 인정하고 받는 것이 평등이지 차이를 없애고 균등하게 획일화하는 것은 차별이자 불평등이라고 해야겠다.
다른 하나는 나와 너는 다르지만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연관’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너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한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무관한 듯 분리하게 될 때 그 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와 너만 아니라 감성과 이성, 의지와 본능, 의식과 존재, 현재와 과거와 미래, 이상과 일상, 주변과 중심, 여성과 남성, 노동자와 자본가, 기계와 인간 등등. 세상의 만물을 구분하되 분리하지 않아야 할 듯싶다. 만물은 그 자체로 고유하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해 가는 매개된 존재인 것이다.
2025.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