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가는 시작의 시간. 끝에서 시작을 돌아본다. 올해는 하던 일들을 줄이고 글쓰고 책 짓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지난 10여 년간 쓴 글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2024년 말부터 정리한 글들을 책으로 묶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에세이를 모은 ‘한 걸음’ 시리즈 11권과 그 중에서 글을 뽑아 엮은 책 두 권(‘보라의 시간’, ‘도시의 무지개’), 소논문들을 모은 ‘다른 삶’ 시리즈 3권과 박사 논문 중 일부를 편집한 책(‘가 닿으려는 꿈’)이 그들이다.
하반기부터는 ‘하루 두 글쓰기’도 실천하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오전 8시에 한 글, 네가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진다는 어린왕자를 생각하며 오후 4시에 한 글. 주로 밤에 쓴 글을 매거진 형식으로 예약 발행한다. 그 글들 중에서 뽑아 책을 발간한다. 일 년에 두 권 이상을 목표로 한다.
‘처음’이라는 온도는 ‘뜨겁게’ 기억된다. 그 온도를 굳이 숫자로 나타내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는 20도도 뜨겁지만 누구에게는 50도도 미지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처음이라고 해서 모두 뜨거운 것도 아니다. 사람의 기질 탓도 있겠고 비슷한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처음’이지만 완전 처음은 아니기에 미지근할 수도 있다.
올 한해 글쓰기와 책 짓기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기도 해서 미지근한 온도로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지근하다고 해서 뜨거움만 못한 것도 아닌 것이다. 처음에 뜨겁다가 이내 식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와 책 짓기로 한 해를 보냈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 같은 일도 있었다. 9월경에 Ubermensch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고, 11월에 ‘취글 프로젝트’를 통해 U작가와 브런치 작가들을 처음 만났고, 제천이라는 곳에 처음 갔다. 12월에 ‘커글 프로젝트’를 통해 브런치 작가들을 처음 만났다.
그 처음의 온도는 뜨겁기도 했고 미지근하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처음’이 생전 처음이어서 뜨겁기도 했겠고 익숙한 처음이어서 미지근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처음의 온도’는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처음’이 가져다준 ‘지금’의 온도일 것이다.
끝을 향해가는 시작의 시간. 올 한해 있었던 처음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거나 미지근하다. 처음 맞는 새해에도 뜨겁거나 미지근하거나 그 처음의 온도가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2025.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