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쾌락주의와 인식의 행복

by 영진

미학적 쾌락주의의 진리계기는 예술에서 수단이 순수하게 목적과 동화되지 않는다는 데에 기반을 둔다. 목적과 수단의 변증법에서 수단은 물론 매개된 상태이기는 해도 언제나 어느 정도 자립성을 주장한다. 예술 작품에 본질적인 현상은 감성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을 통해 하나로 묶인다. 알반 베르크가 말했듯이 형식을 갖춘 작품에서 못이 튀어나오지 않고 아교의 악취가 풍기지 않게 하는 것은 객관적 태도의 일부다. 또 모차르트의 여러 작품들에서 보는 감미로운 표현에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다. 주요 작품들에서 감성적 요인은 그 나름으로 작품들의 기교로 인해 빛을 발하면서 정신적인 것이 되고, 반면에 추상적 개별성은 설혹 현상에 대해 무관심하더라도 작품의 정신을 통해 감성적 광채를 얻는다. 철저히 형상화되고 명료하게 표현된 예술 작품들은 때때로 잘 조직된 형식언어를 통해 부차적으로 감성적 만족을 주는 것으로 넘어간다. 모든 현대 예술의 징표라고 할 수 있는 불협화음은 그와 대등한 의미를 지니는 시각적 현(41)상들과 마찬가지로, 감성적 매력을 그에 대립하는 고통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받아들인다. 이는 양가감정Ambivalenz의 미적 근원 현상이다. 보들레르와 [트리스탄] 이래 새로운 예술에서 불협화음적 요인이 예측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는-실로 불협화음적 요인은 현대 예술의 한 가지 불변 요인이다-그 속에서 예술 작품의 내재적 힘 작용이, 주체의 자율성에 병행하여 주체를 지배하는 권력을 확대해 온 외부 현실과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불협화음은 속류 사회학이 예술 작품의 사회적 소외라고 칭하는 요인을 예술 작품 내부로부터 만들어낸다. 그런에 이제 물론 예술 작품들은 정신적으로 매개된 온화함까지 통속적인 것과 너무 유사한 것으로 보아 금기시한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감각적 요인에 대한 금기가 첨예해지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때때로 이 금기가 어느 정도 형식법칙에 근거를 두는 것이고 어느 정도가 단순히 기법상의 결함에 기인하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이것은 미학 논쟁들에서 큰 성과는 없어도 종종 볼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다. 감각적 금기는 결국 만족스러운 것의 반대 영역에까지 확장된다. 이는 감각적 요인이 그것에 대한 특수한 부정 속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진 상태로나마 함께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 형식에 대해 불협화음은 자체와 거의 반대되는 것, 즉 화해에 너무 가까이 접근한다. 불협화음은 비인간성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 인간성의 가상에 대해 냉담해지고, 오히려 사물화된 의식의 편에 선다. 불협화음은 하찮은(42) 재료로 식어버리고, 실로 그 원천을 상기시키는 흔적조차 사라진 직접성의 새로운 형태가 되며, 그래서 무감각하고 아무 성질도 없는 것이 된다. 예술이 자리 잡을 곳도 없고 또 예술에 대한 모든 반응이 방해받고 있는 사회에서 불협화음은 사물처럼 굳어버린 문화적 소유물과, 고객이 집으로 가지고 가기는 해도 대개 작품과는 별로 관계없는 쾌락의 소득으로 분열된다. 예술 작품이 주는 주관적 쾌락은 대타존재Füranderessein의 총체라고도 할 수 있는 경험계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벗어난 상태에 접근할 것이다. 이 점은 쇼펜하우어가 최초로 알아차렸다고 할 수 있다. 예술 작품들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이미 예술이 탈피한 현실의 한 조각이 아니라 갑자기 그로부터 벗어난 상태다. 그것은 언제나 우발적일 뿐이며 예술에 대한 인식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보다는 예술에 대해 더 비본질적이다. 본질구성적 개념이라는 예술 향유 개념은 버려야 한다. 헤겔이 통찰한 바와 같이 미적 객체에 대한 모든 감정에는 어떤 우연적 요인이, 대개 심리적 투사가 따라붙지만, 그 객체는 감상자에게 인식을, 더욱이 합당한 인식을 요구한다. 미적 객체는 사람들이 그것의 진리와 비진리를 인식하기를 바란다. 칸트는 편견에 사로잡혀 예술에서 숭고를 배제하지만, 그의 숭고 이론에 나오는 구절을 미학적 쾌락주의에 맞서 제시할 수는 있다. 즉 예술 작품들에서 얻는 행복은 아마도 그것들이 주는 견뎌낸다는 감정일 것이다. 이는 개별 작품보다 미 영역 전체에 적용되는 말이다.(43)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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