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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05. 2023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2)

결국, 만나지 못했다.      


2012년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국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국민 대통령 선거 투표소에서 만나기로 했던 그분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에콰도르 키토에서,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만나서 같이 여행을 하자던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끝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행 이후, 한국에서 보자던 말들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블로그를 통해서 소식을 접하곤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내가 블로그를 하지 않으면서 잊히게 되었다.     


중남미 여행을 준비하면서 블로그를 통해서 만났던 그분은 대강의 계획을 세우고 현지의 상황에 따르는 여행을 선호하는 나와 달리, 철저하고도 치밀한 계획에 따라 여행을 하는 분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정보를 얻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의지하기도 했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만나지 못했던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각자의 여행 일정이 있고 서로의 일정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에 못지않은 이유는 만남에 대한 ‘절실함’이 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남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았다는 것일 테다.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일정을 맞추어서라도 만났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만났더라면 좋았겠지만 만나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도 없는 것이다.      


만남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만나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가 분명하다면 절실함도 커질 것이다. 서로가 절실하다면 만남은 쉬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어느 한쪽이든 절실함이 있다면 만남은 이루어질 것이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다리고 헤어졌을 것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만난, 만나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난 것이니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행자와 만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면, 그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인연이 거기까지였다고 할 수도 있고, 더한 인연이라면 앞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7월 말부터 시작한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많은 분들을 만났다. 온라인상에서 글로 만난 것이지만 그 역시 소중한 인연이라고 여긴다. 앞으로 오프만남을 가질 수도 있고, 온라인상에서 잊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인연의 지속성도 결국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라는 물음과 연결된다고 여긴다. 인연을 지속하고픈 절실한 이유가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이어질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은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 만나러 가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의 시간은 지난 시간들과 헤어지는 시간이지만 다가올 시간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만남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은 이루어지고 이어지는 것일 테다.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2023. 12. 5.



17화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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