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5개월을 머물게 될 줄은 몰랐다.
우유니 소금 사막과 마추픽추와 이과수 폭포를 티티카카와 아티틀란 호수를 안데스를 툴룸의 카리브해를 수크레와 쿠스코와 아바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멕시코시티 이후의 일정은 아프리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쉬엄쉬엄 다녔음에도 높은 고도와 뜨거운 태양을 걷다 지쳐버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너무 많은 것을 봐버린 탓인지 어디에서 무엇을 봐도 여행의 감흥이 생길 것 같지가 않았다. 여행 4개월이 되던 때에 다다른 이과수 폭포에서 여행을 멈춘 이유일 것이다.
남미 대륙의 끝.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나 트레킹을 위해서 찾는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를, 브라질을 과테말라의 안티구아를 멕시코의 많은 도시를 여행하지 않은 것도 쿠바의 아바나에서만 머문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세계 일주를 하는 여행자들이 언어나 요리나 기술을 배우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한 도시에 장기간 머물며 여행을 쉬어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NGO활동을 하는 지인과 연락이 닿았고 활동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여행을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멕시코시티 펜션 아미고에서 정이 든 여행자들과 미국, 캐나다를 여행하는 것에도 마음이 갔지만, 아프리카의 NGO활동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언젠가 여행을 해야 할 지역이기도 하지만 나의 선택은 유럽이었고 그 중에서도 독일의 베를린이었다.
여행을 쉬기로 결정했고 앞서 여행한 적이 있기에 다른 곳에 비해 친숙해서 편안한 곳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5개월을 머물 생각은 아니었다. 당장 아프리카를 가지 않더라도 유럽에서 여행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베를린에서 5개월을 머물게 된다.
2024.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