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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6시간전

책임 실종


‘극단적 중도파’ 정치로 인해 “어떤 참된 진보적 구상”은커녕 “부정부패와 관료제”가 일상화되었고, 또한, 상식적인 수준의 ‘책임정치’도 실종되어 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 정치는 돈이 전부다. (…) 미국 정치인은 “영속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돈의 수요 측면에서는, 정당이 약하다 보니 정치인들은 믿음직한 정책을 담은 일관성 있는 전국적 공약을 제시하는 대신에 돈을 써서(이를테면 흑색선전에 비용을 들이는 식으로) 선거에서 이길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      


이와 같은 정치 현실은 ‘책임 정당’을 통해 민주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려는 미국 정치학자들의 진단이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치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가 없으면 정치권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권위가 없다는 것은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없는데 권력자는 존재하는 나라가 있다. 이것이 ‘국가 없는 국가’,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만약 우리에게 정치지도자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면 당부한다. 책임에서 도망치지 말라고. 그 순간 정치가 끝난다고. 책임 없는 권력은 부당한 것이라고.” 이와 같은 정치현실은 2022년 한국의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 회피’하는 정치에 대한 한국 정치철학자의 진단이자 당부이다.      


타리크 알리는 자본의 정치 도구인 극단적 중도파와의 단절을 위한 ‘새로운 운동과 정치’를 말한다. “빈껍데기로 전락해가는 민주주의를 단순히 의회의 법령만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대중운동과 민중 집회가 필요하며, 새로운 운동과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역으로 이를 위해서는 급진민주주의를 뒷받침해줄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 남아메리카에서 처음 시작된 이 과정은 이제 유럽으로 스며들고 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 그리스의 시리자, 스코틀랜드의 급진적인 독립 캠페인, 이 모두는 극단적 중도파에 도전하고 어쩌면 이를 격퇴할 수도 있을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개척하고 있다.”(극중27)      


블레이클리는 ‘새로운 운동과 정치’를 위해 “과거에 지금과 비슷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분석하면, 이 시기를 장악하기 위한 방법을 알 수 있다”면서,  “1980년대에 발생했던 금융 주도 성장으로의 이행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대처주의Thatcherism를 통해 교훈을 얻으면, “담화, 선거 정치, 사회적 세력이라는 세 가지 수준에서 정치 논쟁을 위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도둑291) 



2023. 2. 10.



-F. 매컬·R. 블루스·I. 샤피로:『책임정당』, 노시내 옮김, 후마니타스 2022.

-김만권: 「책임 없는 정치, 국가 없는 국가」,『경향신문』, 2022.11.07.

-D. 그레이버:『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 정호영 옮김, 이책 2015.

-G. 블레이클리:『금융도둑』, 안세민 옮김, 책세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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