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부채: 그 첫 5,000년』에서 독점 국가들의 ‘자본독재’를 가능케 하는 역사적인 “글로벌 관리시스템”에 대해서 쓰고 있다.
“고대 중동의 신성한 왕이나 중세의 종교단체에 버금간다고 할 만한 범세계적인 제도가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채권자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부채650)
“인류 역사 최초의 글로벌 관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거의 미국의 후원 아래 창조된 현재의 글로벌 관료주의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이 IMF이다. 유엔과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기구만 아니라, 그런 기구들과 더불어 활동하는 수없이 많은 경제공동체들과 무역기구, 비정부기구들이 글로벌 관리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부채650)
이 모든 것들은 “(미국 재무부 채권이 아닌 이상) 모든 부채는 상환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 이유는 부채는 상환되어야 한다는 도덕적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한 나라에서 채무불이행이 일어나더라도 전 세계의 통화시스템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부채650)
‘글로벌 관리시스템’에는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도 있다.
BIS의 역사와 본질적인 한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저서 『바젤탑』에서 저자 아담 레보어는 “BIS의 공식적인 임무는 중앙은행들의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금융 업무에 추가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중앙은행들의 은행’ 기능을 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BIS와 중앙은행들의 “비밀주의, 기술관료주의(전문가주의), 정치적인 독립 개념”을 비판한다. “이자율이나 화폐 공급량과 같은 중앙은행의 중요한 결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데, 그러한 결정이 계층에 따라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이한 이해가 걸려 있는 정책을 기술적인 계산이나 준칙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도, BIS나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데 ‘비밀주의’가 그것이다. “BIS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여러 나라들에서 수집한 통계자료나 분석보고서 등은 공개하지만 이사회나 여러 위원회의 회의록, 중앙은행들이나 국제기구들과 거래한 내용 등 핵심 사항은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BIS나 중앙은행가들은 BIS가 금융정책에 영향을 줄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BIS가 금융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융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는 BIS와 중앙은행 개혁을 위한 활동 방향도 제시한다. “비밀주의를 폐기할 것과 기술관료주의(전문가주의), 정치적인 독립을 민주적 통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면서 무엇보다 사회 활동가들이 “BIS의 운영과 역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활동가들은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치인들에게 BIS와 중앙은행을 더 책임 있는 민주적 조직으로 만들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담 레보어의 비판과 개혁에 대한 요청과 활동 방향이 결코 BIS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23. 2.10.
D. 그레이버:『부채: 그 첫 5,000년』,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011.
A. 레보어:『바젤탑』, 임수강 옮김, 더늠 2022.
허환주: 「BIS 모르면 사회 양극화 이야기 할 수 없다」,『프레시안』 2022.11.28.